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영원한 챔피언 프란치스코 교황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
2025년 05월 12일(월) 10:59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
지난 4월 말, 88세를 일기로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 13년 재임 동안 그의 교황직무의 핵심 화두 중 하나가 ‘기후환경생태계 보전’이었다.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를 결코 방치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절박한 인식에서였다.

그는 취임 직후 한 집회에서 ‘우리가 피조물(지구환경)을 파괴하면 피조물이 우리를 파괴할 것’이라며 ‘이것을 잊지 말자’고 외쳤다.

기후환경과 생태보전과 인권옹호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로서 목소리는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선종하실 때까지 교황은 쉴 새 없이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발언은 항상 뉴스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무게감 있게 전달되었다. 이번 선종, 장례식 또한 세계적 뉴스였다. 그만큼 그의 발자취가 컸다. 어느 언론은 그를 ‘인간의 존엄을 드높인 위대한 인물’이자 ‘기후행동의 확고한 세계 챔피언’이라고 그를 기렸다. 2015년 6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발표했다. 180쪽 회칙은 기후환경 위기의 실상과 요인을 분석하고 과연 어떻게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서술하고 있다.

‘우리 공동의 집( 지구)의 돌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회칙은 인류가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여정에 나아가야 할 지침을 담고 있다.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회칙은 기후환경 분야의 기념비적 역작이자, 그의 재임 중 가장 소중한 문서이다.

그해 연말 예정된 파리 COP21(21차 유엔기후총회)에서 위기 대응의 확고한 국제적 합의가 절실한 때였다. 회칙은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반드시 기후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일종의 압박이었다. 그해 12월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는데, 교황 회칙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하고 있다.

교황은 2019년 행사 강연을 통해 ‘환경파괴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수질 대기 토양을 오염시키고 생물종다양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생태학살’이라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가질 것을 역설했다.

화석연료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바티칸으로 초청,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며 행동에 나설 줄 것을 촉구한 적도 있었다.

교황은 기후환경 분야의 가장 큰 어른이었다. 2023년 COP28(28차 유엔기후총회)에 보낸 성명에서 ‘환경파괴는 하느님에 대한 범죄이자 구조적 범죄’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협한다’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생명과 미래’를 선택할 것을 호소하며 ‘부분적인 진로 변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구 환경파괴와 가난을 동일시하며, 대응책 또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이 상주하는 로마 교황청, 바티칸 시국은 지구상에 가장 작은 국가이다. 이 바티칸이 100% 녹색에너지를 지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한 의지에 따라서다. 바티칸은 2024년 ‘태양광 프로젝트’를 수립 시행 중이다. 로마 인근 바티칸 소유의 424㏊ 부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 바티칸에 공급할 예정이다.

완공되면 바티칸은 RE100을 실천한 나라가 된다. 이는 작은 국가지만 바티칸도 탄소중립의 미래로 간다는 교황의 행동적 의지의 표출이다.

기후환경과 인권, 가난한 이들의 대변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원히 가셨다. 그러나 그가 남긴 소중한 메시지는 지금도 들려오는 지구의 울부짖음 속에서, 또한 벼랑 끝으로 가는듯한 기후환경의 현장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