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기득권 포기 않겠다는 서울예술단
변화 받아들이는 용기 필요해
2025년 05월 08일(목) 18:00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예술단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하는 결정을 내리자, 서울예술단이 조직적인 반대에 나섰다. 국립 예술단체로서 공공 책임을 감당해야 할 기관이 지역 이전에 반기를 들며 ‘일방통행’, ‘정체성 훼손’ 같은 논리를 앞세우는 모습에 지역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국립 예술단체의 공연은 압도적으로 서울에 집중돼 왔다. 최근 5년간 전체 공연의 86.3%가 서울에서 이뤄졌고, 광주는 0.5%, 전남은 0.6%에 불과했다는 국정감사 자료는 문화예술의 수도권 독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예술단체가 수도권 시민만을 위한 공연에 집중해온 현실은 명백한 불균형이며, 시정을 위한 조치가 시급했다. 서울예술단의 광주 이전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구조를 바로잡는 시금석이다.

이 같은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적지 않다. 지역 예술계는 물론 시민들도 “문화예술 향유는 서울만의 특권이 아니다.”며 정부 방침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예술단이 국립단체로서 책무를 망각한 채 집단 반발에 나선 점은 문화 공공성에 대한 인식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구성원의 불안감과 내부 갈등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낯선 환경, 변화된 창작 생태계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국책을 전면 부정하고 기득권을 고수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서울예술단이 진정 예술의 공공성과 국민 모두의 문화 향유권을 중시한다면, 자신들이 쌓아온 역량을 지방에서 새로운 창작으로 꽃피우겠다는 각오가 우선돼야 한다.

문체부는 서울예술단 측과 수개월 전부터 논의가 이어졌고, 간담회와 설명회도 진행했다고 한다. ‘일방 통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제 남은 건 서울예술단의 결단뿐이다. 국립단체가 시대적 전환기에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 문화예술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반발보다 더 어려운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다. 지금이야말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공성을 향한 책임 있는 선택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