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적 셈법으로 국민 마음 얻을 수 없어
국난극복 위한 비전 제시해야
2025년 05월 06일(화) 17:52
6·3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정국이 안개 속에 휩싸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단일화’ 문제로 내홍이 시작됐고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반헌법적 계엄과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어느 때보다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국민 통합이나 국난 극복을 위한 고민이 사라진 정국이 암담하다.

당장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41명은 6일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를 향해 ‘대승적 결단’으로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한 범보수 단일화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명령이라 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도 이날 ‘단일화 실패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배반’이라며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는 국민의힘이 자신을 공식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국힘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훼손된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국가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정치권이 오직 대권에만 연연해 단일화만을 핵심의제로 둔 듯한 무책임한 모습이다.

민주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취지 파기환송 선고 후 민주당은 이를 ‘사법 테러’로 규정하고 사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재판을 ‘선거 방해’로 규정하고 선거 전까지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내놨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파기환송에 찬성한 대법관 10명에 대한 탄핵 가능성도 열어 둔 상태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의 가치마저 무시한 위험한 발상이다. 사법부를 향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도 정당화할 수 없다.

극심한 혼돈 속에 치러지지만 이번 대선은 국가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선거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치권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적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민주적 가치보다 정치 셈법을 앞세우고, 진영에 몰입될 지금의 몰(沒) 비전이나 몰 가치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