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의 ‘나눔 톡톡’>그저 감사하는 마음만이라도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2025년 05월 06일(화) 17:11 |
![]()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
교사 폭행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교권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그래서‘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말이나 ‘군사부일체’라는 정신은 이제 옛이야기일 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1990년대 필자가 RCY 부서에 근무하던 시절, 매년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발을 씻겨드리는‘세족식’을 진행했다. 그 훈훈한 장면은 일간지 1면을 장식하곤 했다. 스승의날은 1958년 충남 강경여고 단원들이 병중이나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뵌 봉사에서 비롯되었고, 1964년 청소년적십자(RCY) 중앙학생협의회가 스승의 날을 공식 제정하였으며 적십자사는 ‘스승의 날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였다. 5월 15일은 그렇게 스승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는 날이 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스승의 날 행사는 점점 사라지고, 교권의 추락 또한 그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나마 RCY가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백일장과 그림그리기, 수기 공모전, 사제 동행 제빵 봉사 등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 하나, 선생님과 다르게 부모 세대는 괜찮은가?
우리 사회는 일찍이 급속하게 고령화되었고, 노후를 준비 못한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벗어나기 더 어렵게 되었다. 이러다 보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천원식당이나 무료 급식소가 개소하고 붐비는 상황은 씁쓸한 현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가 2만 건을 넘어서며 공경심마저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오늘날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조부모, 부모 세대의 고난과 헌신 덕분이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폭삭 속았수다’는 과거 부모 세대의 고단했던 삶과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후세대들이 부모와 어른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폭삭 속았수다”, “ 정말 수고하셨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이렇게라도 우리는 결코 부모와 윗세대의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감사할 줄 알아야 나눌 수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나누고, 자식은 감사하며 또 그 자식에게 희생하고 나누며, 또 그 자식은 감사하고 나누는 선순환이 어쩌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 선순환이 단절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가 일부 굳어지면서 사은회, 어버이날, 노인 위안 행사 등 감사를 전하는 자리가 더 줄어들었다. 다시 우리 사회가 존경과 감사를 담은 축제를 더 활성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월은 감사의 달이다. 가족과 선생님은 물론 이웃에게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어 보자. 꼭 선물이나 안부 문자가 아니더라도, 그저 감사하는 마음만이라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