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상철>지방재정의 기후전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도입 방향
임상철 전남탄소중립지원센터 전문연구원
2025년 05월 01일(목) 1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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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의 경고에 대해 정책과 재정 전반에 걸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은 기후 영향을 고려한 국가예산 편성체계를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사업별 기후 영향을 표시하는 예산 관리체계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정책과 예산을 일치시키는 실행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24조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기금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재정 운용에 반영하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도의 도입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중앙정부는‘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을 개정해 2023년부터 전 부처가 본예산과 기금운용계획서에 기후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는 이를 지방정부로 확대하기 위한 ‘지방재정법’과 ‘지방회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전남도는 이에 발맞춰 2023년 동부지역본부 예산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시범 운영을 거쳐, 2024년부터 전 부서와 모든 세부사업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은 감축, 배출, 중립 유형으로 분류되며,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감축량을 수치로 산정해 정책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환경 부서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예산과 행정 분야로 확산돼야 한다는 공감대 위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본격 운영을 위한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감축량 산정기준, 배출계수, 감축원단위 등 기초자료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고, 지자체 간 분류기준과 분석 역량의 차이도 크다. 전남도의 경우, 생활·농업·폐기물 등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부문에서 예산사업을 온실가스 감축과 연계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거나 분류할 수 있는 기준과 자료가 부족하여 실무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면 세부 사업별 감축 및 배출 정보, 유형 분류 기능 등이 포함된 예산회계 시스템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시스템화가 이루어진다면 예산편성 단계부터 정량적 관리와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다. 기초지자체의 도입 확대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실무자 교육, 예산서 작성 컨설팅, 감축성과 기반의 인센티브 제공 등 행정적 지원체계가 병행돼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는 단순히 예산을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산이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살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과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이는 지방재정이 기후위기 대응 수단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예산이 곧 기후행동이 되는 구조적 장치다. 전남도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운영은 기후목표가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 제도가 형식적인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게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