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37>마티스(馬蹄寺) 불교 석굴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5년 05월 01일(목) 15:54
마티스 불교 석굴.
석가탄신일이 다가옴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얼마 전에 다녀온 불교 문화유산을 하나 소개한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으로 향하다 보면

중국 간쑤성(甘肅省)의 하서회랑을 지나다가

장예(張掖)라는 오아시스 도시를 만나게 된다.

그 도시의 남쪽 치롄산맥 기슭에

‘마티스(馬蹄寺)’라는 불교 석굴들이 암벽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마티스 천불동에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조용히 멈춘 듯하고

거친 바위 절벽을 벌집처럼 파고든 채

수백 년, 아니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불상과 벽화들은

마치 돌 속에 잠든 숨결이요 손끝으로 새긴 경전이다.



해발 2550m 암벽의 북(北) 마티스 석굴은 더 가관이다.

1600년 전 오호십육국 중의 하나인 북량(北涼) 시대 조성되기 시작해

북위·서위·수·당·서하에 걸쳐 이어져 온 이 석굴은

바위에 불교의 전설적 인물인 ‘파드마삼바바’가 타고 온

천마의 발자국이 남아있어 ‘마티스(馬蹄寺)’라 했다.



석굴 안쪽에서 서로 개미집처럼 이어져 있어

옹색한 통로를 기어다니듯 하면서 만나게 되는 불상들과 벽화 앞에 서면

기도가 암벽을 파고들고 한 점의 빛조차 숨을 죽인다.

신앙과 예술,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만나는 그 자리에 내가 있어

여기가 불국토인가 한다.



그 유명한 둔황의 막고굴에 비하면

보존 상태나 규모, 화려함이 미치지 못하지만

더 여유롭게 그 분위기에 몰입할 수 있고

더 자유롭게 촬영할 수도 있어 답사의 기쁨이 배가 된다.

여러 차례 이 지역을 지나면서도 정보 부족으로 가볍게 여겨

때늦게 찾아온 죄를 누구에게 용서 빌어야 할까.



먼 길 떠난 순례자여,

치롄산의 바람이 깎은 암벽에서 천년의 숨결을 느껴보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