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늘자 소비성향 ‘뚝’···“고령 인력 확대해야”
●KDI ‘인구 요인이 미치는 영향’
최근 20년간 소비성향 3.1%p 하락
노후 대비 저축 늘리고 소비 줄여
“정년퇴직 후 재고용 활성화 필요”
2025년 04월 24일(목) 22:28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기대수명의 가파른 상승이 소비 성향을 낮추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살아가야 할 날은 많이 남은 반면 퇴직연령에는 큰 변화가 없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75세 이상 초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10년 뒤부터는 소비성향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인구 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3.0%)은 연평균 GDP 성장률(4.1%)을 하회했다. 이는 소비성향(민간소비/GDP)이 하락해 왔다는 의미로, 소비성향은 인구 전반의 생애주기와 생애 소득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보고서는 소비성향의 하락이 인구 요인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기대수명의 증가는소비성향을 하락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년간(2004~24년) 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은 3.6%p 하락했는데, 기대수명 증가만으로도 3.1%p의 하락을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1년 증가할 때 소비성향이 0.48%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돼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기대수명(6.5세) 증가에 따른 소비성향 하락폭이 3.1%p 내외에 이르는 것이다. 은퇴연령에 비해 기대여명이 빠르게 증가하면 퇴직 후 여생이 길어져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저축 동기가 강화돼 소비성향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전체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에는 50~60대 가구의 소비성향 둔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전체 평균소비성향은 전 연령층의 소비성향 하락으로 7.8%p 하락한 가운데 50~60대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의 기여도가 3.9%p로 절반을 차지했다. 50~60대의 소비가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2004년 및 2024년 평균)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여도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연령별 가구 분포의 변화(즉, 고령화)는 연령대별로 기여도가 큰 편차를 보이는 가운데 전체적으로는 평균소비성향을 6.3%p 하락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상대소득이 낮은 60대 가구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전체 평균소비성향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평균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고 상대소득도 높은 30~40대 가구의 비중 감소도 전체 평균소비성향의 하락 요인이다. 실제 가구주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고령화의 영향으로 30~40대의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50대 이상의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60대 이상의 비중이 2004년 15%에서 2024년 36%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고령화가 진행되며 연령별 분포가 전체적으로 우측으로 이동한 것이다.

반면 초고령층 인구 비중의 증가는 소비성향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성향이 높은 80대의 가구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세가 둔화된 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계는 생애에 걸쳐 가급적 일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 경향이 있어, 소득이 낮은 청년기와 노년기에는 소비성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소득이 높은 장년기에는 낮게 나타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소비성향의 장기 추세를 전망한 결과 향후 추가 하락이 지속되나 2030년대 중반부터 점차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되고 초고령층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경제 전반의 소비성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기대수명은 약 6.5세 증가했으나 향후 20년간의 기대수명 증가는 절반 수준인 약 3.5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 기조가 지속되고 고령층 인구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 생산가능인구가 축소돼 성장률이 더욱 하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소비성향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민간소비 증가세가 경제성장률을 하회하는 현상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보고서는 지난 20년간의 평균소비성향 하락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투영돼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 인력의 적절한 활용이 확대될 경우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압력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해 은퇴 시점이 적절히 조정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연공서열형의 경직적인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직무 및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마찰적 요인을 해소해 고령층 노동 수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