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천경자 기증작품 정부 이관 통보 수용 못해"
현대미술관 “관리 미비”…이관 시도
대학 “50년 보존, 일방적 회수 부당”
작품 가치 상승 속 국가 귀속 논란
“시민들과 공유할 지역 예술 자산"
2025년 04월 24일(목) 20:12
김철우 전남대학교 박물관장은 24일 박물관에 전시된 천경자 화백의 작품 ‘공작과 여인’을 가르키며 국립현대미술관측의 작품 관리 문제 지적은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천경자 화백 작 ‘공작과 여인’
전남대학교에 기증된 천경자 화백의 작품 ‘공작과 여인’을 두고 대학측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작품 귀속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해당 작품은 1975년 전남대 총장실에 기증된 이후 약 50년간 대학이 자체적으로 보관해온 미술품으로, 최근 현대미술관이 ‘관리 상태 미비’를 이유로 이관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24일 전남대에 따르면 ‘공작과 여인’은 천 화백이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총장실, 도서관 등을 거쳐 현재는 대학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작품은 2003년 정부미술품으로 등재돼 국가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오랜 기간 별다른 귀속 요구 없이 대학이 자체 관리해왔다. 그러나 2023년 정부미술품 재심사에서 현대미술관이 “예술적 가치와 보존 가치가 크지만 관리 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유로 이관 필요성을 주장했고, 올해 3월에는 전남대에 공식 공문을 통해 관리 이관을 통보했다.

지난 23일에는 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이 작품 이관을 위해 직접 대학을 방문했으나, 전남대의 반발로 계획은 무산됐다. 전남대는 “그동안 어떤 관리 지적이나 이관 요구도 없다가,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2023년 실사에서도 도난 우려 외에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기증 당시 별도의 계약 문서는 없지만, 천 화백이 지역 대학에 작품을 기증한 뜻은 명확하며, 오랜 세월 성실히 작품을 보존해 온 책임 주체로서의 자부심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계자는 “기증자의 의사와 지역의 예술 정체성을 무시한 채 단지 관리 기준만을 이유로 회수를 강행하는 것은 공공 문화재 정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필요하다면 천경자 화백 작품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이관 추진 배경에 작품의 시장 가치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미술관 측은 ‘공작과 여인’의 현재 감정가를 약 7억원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으며, 희소성 높은 천 화백의 초기작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는 물론, 행정적 상징성도 크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전남대는 단순한 미술품 이전이 아닌, 지역 예술 자산에 대한 공공성과 기증 문화의 존중이라는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측은 앞으로도 작품을 직접 관리하면서 전시 공간을 통해 시민과 예술을 공유하는 본래의 기증 취지를 지켜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안을 두고 예술계 안팎에서는 “국가기관의 보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기증자의 의사와 지역적 맥락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글·사진=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