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태 교란종 점령한 광주천 방치할텐가
종류·규모 등 실태도 파악 안돼
2025년 04월 20일(일) 17:25
광주천이 생태계 교란종으로 점령당하고 있다. 국가하천임에도 교란종 퇴치는 최근 2년새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광주 지역 환경단체 ‘광주천지킴이 모래톱’은 지난 17일 광주 동구 광주천 인근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붉은귀거북 2마리가 일광욕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같은 날 생태계 교란종으로 분류된 환삼덩쿨도 천변 산책로에서 발견됐다. 지난 2001년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붉은귀거북은 번식력이 뛰어나고 치어를 먹어 치우지만 국내 생태계에선 천적이 없다.

반려 동물로 길러지던 붉은귀거북은 하천에 버려지며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광주천에도 2000년대부터 발견되면서 현재는 동구 증심사 인근과 서구 광암교 등 광주천 일대에 넓게 서식하고 있다. 이외에 포식성이 강한 배스와 블루길도 광주천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5월 이후에는 생태계교란 식물인 가시박, 양미역취, 돼지풀, 도깨비가지 등이 자라나 산책로를 뒤덮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식물은 생장이 빠르고 주변 식생을 뒤덮어 토종 식물의 성장을 막는다.

광주천에 생태계 교란 동·식물이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지만 교란종의 종류와 규모 등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다. 붉은귀거북 등 생태계 교란 동물 퇴치 작업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매년 해오던 생태 교란 식물 퇴치 작업마저 예산 부족 문제로 지난 2년간 멈췄다. 이로 인해 광주천 일대는 외래종이 번식하고 확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됐다.

광주천은 단순한 도시 하천이 아니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됐고, 수달·삵·원앙 같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하지만 외래종이 하천을 잠식하면 이런 귀중한 생명체들이 가장 먼저 밀려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 생태 안전망이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경고다. 광주가 ‘생태도시’를 지향한다면 광주천의 교란종 확산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내년엔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