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내우외환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2025년 03월 26일(수) 18:33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중국 춘추시대 중엽 막강한 초나라와 진나라가 대립할 때였다. 두 나라는 서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의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3년 후 다시 대립하게 됐다. 당시 진나라의 장군 낙서는 초나라와 맞서 싸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부장군 범문자는 “오직 성인만이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유성인 능외내무환)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소(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자비성인 외녕필유내우). 초나라와 정나라는 놓아두고 밖으로부터의 근심을 내버려두지 않겠소이까?“라며 반대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이란 뜻으로, 나라 안팎의 여러 가지 어려운 사태를 이르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정이 그렇다. 밖으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부과 등 자국우선주의 통상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리스크 등의 대외 환경 불안으로 한국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안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혼란이 100일 넘게 지속되면서 경제적 불안이 더 커지고, 사회적 활동까지 위축되는 등 일상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권이 힘을 합쳐 난관을 돌파해야 하는데, 국회는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탄핵 찬성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영남 지역 산불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재난 대응 예산을 담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추경 규모와 방식을 두고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모습에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발표를 미루면서 국민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여야는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헌재도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조속히 지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