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일본의 ‘빈손 외교’
박성원 편집국장
2025년 03월 17일(월) 15:22
박성원 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경제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한민국도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무역통상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헤쳐 나가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빈손’으로 끝난 대미 외교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최소화하고자 발빠르게 정상회담에 나서는 등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해 7월 유세 도중 총격 받은 일을 언급하며 “암살 시도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신이 당신을 구했다”며 아부성 발언을 하며 관계를 개선하려 했고, 대규모 대미 투자 및 주일미군 방위비 증액을 약속하는 등 미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미국을 향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불만을 나타냈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일본의 사례는 대한민국이 대미 외교에서 보다 신중하고 실효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무조건적인 친미 행보나 일방적인 양보는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오히려 자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리더십 부재 속에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 일본의 통상외교 실패를 교훈 삼아 자국 산업 보호와 경제 성장 목표를 고려한 대응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EU, 캐나다, 호주 등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자적 공조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지나친 무역 압박을 가하는 것을 방지하고, 공동 대응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술이 필요하다. 그것이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