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파괴 '트럼피즘'…"한반도에 역설적 평화 가져올 것"
[신간]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김동기│해냄출판사│1만9800원
2025년 03월 13일(목) 14:19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지난 7일 경남 마산지혜의바다 도서관(구암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파시즘’을 주제로 한 특강을 진행하며 최근 출간된 책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후 행보는 동맹국으로 여겨지던 국가들에까지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린란드 매입,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 등을 주장하며 국제사회로부터 ‘제국주의 회귀’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무역상대국을 상대로 한 막대한 관세 부과 정책에 캐나다, EU는 보복관세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 파행은 미국 우선주의를 위시한 트럼피즘의 극단을 보여준 사례다.

다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반도 평화에는 역설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기 작가가 최근 펴낸 책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는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 있게 기술된 신간이다.

책에서 저자는 트럼프 임기 동안 △북한핵 동결 △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 국교 수립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귀환은 대한민국에 위기보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중·북 삼각관계에 주목하면 해법이 보인다고 설파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타적인 이민 정책과 고관세 정책 등은 미국 외 국가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북한을 주목하는 현 상황은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게 김 작가의 주장이다.

실제 트럼프는 당선 직후 북미 관계 담당자 임명을 서둘렀고 취임 전부터 북한과의 관계를 다질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단으로 ‘북한’이란 카드를 사실상 점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세계 패권을 두고 충돌하는 미국과 중국, 이 기회를 포착하려는 북한까지 삼국의 외교적 역학관계는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의 큰 줄기다. 이 관계를 잘 활용해야만 한국의 미래가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작품은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세계 패권 경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보여주고 2장은 혈맹과 숙적을 오가는 북한과 중국이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알아본다.

이어 3장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급속도로 가까워진 북미 관계를 되짚고 미국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미중의원회의 보고서를 통해 살펴본다. 4장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앞으로의 대응 전략을 다룬다.

트럼프는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김정은을 대하고 있다. 국가 관계는 사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이익을 바탕으로 한다.

국제정치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만큼 매우 불확실하다. 현대 국가는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해 나름의 합리적 이론을 바탕으로 핵심 관계자들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선의 정책을 결정한다. 트럼프도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학계에서 트럼피즘은 미국 패권 시대의 종언을 상징한다. 미국 패권의 붕괴와 함께 기존의 정치, 경제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실이다. 정치적으로는 (신)냉전체제가 허물어지고,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의 미래는 비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의 철저한 ‘탈이념 거래주의’가 이념 갈등으로 찌든 한반도에 역설적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는 앞서 지난 7일 경남 마산지혜의바다 도서관(구암홀)에서 열린 ‘한국의 민주주의와 파시즘’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이 책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미국 헤게모니의 종언은 국제정치적 구질서의 붕괴, 냉전체제의 최종적 와해를 뜻한다. 이런 변화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지역은 단연 한반도다”면서 “한반도는 ‘신냉전’은커녕 ‘냉전’도 사라지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전복 행위가 한반도에서는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