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사라진 전남…축제 앞둔 지자체들 발 동동
2월 늦추위 탓 개화시기 늦어져
순천 탐매·신안 홍매화 축제 연기
방풍막·비닐하우스 등 난방 총력
“꽃 덜 피더라도 최선 다해 준비”
2025년 03월 06일(목) 18:20
제24회 광양매화축제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축제가 열리는 매화마을에서 개화한 꽃잎을 찾아볼 수 없다. 독자 제공
화려한 꽃 축제로 봄의 시작을 알리려던 전남 지자체들이 늦겨울 한파로 움츠러든 꽃봉오리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순천, 신안 등지에서는 매화의 개화시기가 늦어지면서 매화축제 일정을 잇따라 연기했으며 예정대로 축제를 추진하는 광양, 구례 등도 부진한 개화 상황에 개막을 코앞에 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6일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제주도를 제외한 내륙에서 매화가 공식적으로 개화(기상청 관측목 기준)한 곳은 창원, 부산, 흑산도뿐이다. 남부에 속하는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아직까지 발아 수준으로 측정되고 있다.

기상청은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핀 때’를 개화로 보고 있는데, 평년에 비해 한 달가량 빨리 피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3월 첫 주가 지나도록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처럼 봄꽃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달 두 차례 찾아온 ‘북극 한파’ 탓이다. 지난 2월3일부터 10일까지 이어진 ‘입춘 한파’에 이어 같은 달 18일부터 24일까지도 늦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와 같은 이상기후 현상으로 가장 난감해진 것은 봄의 서막을 알리는 매화축제를 준비하던 자치단체들이다.

당초 지난달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순천의 매곡동 탐매축제는 일조량 부족과 기습 한파로 인한 홍매화 생육 부진으로 3월2일로 1차 연기됐다가, 미진한 개화 및 3·1절 연휴 비 소식 등으로 3월8일로 한 번 더 미뤄졌다.

매곡동에서 탐매축제 개최를 당초 2월 중하순으로 계획한 이유는 지난해 빠른 개화 상황 때문이었다. 실제 홍매화는 지난해 2월 초 개화해 3월2일 축제 개최 시기에는 오히려 꽃잎이 대부분 떨어지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매곡동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축제 일정을 2월 중하순으로 조정한 부분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한파로 축제 일정을 조정하게 됐는데, 다행히 순천에서는 저희가 가장 첫 번째로 개최하는 꽃축제이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도 양해해 주셔서 일정은 큰 문제 없이 조정됐다”고 말했다.

꽃축제의 특성상 야외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우천에 대비, 몽골텐트 등을 구비하고 비록 만발한 매화는 만날 수 없더라도 축제 자체가 재미를 주는 봄 소풍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컨셉도 조정했다.

조성완 탐매축제 추진위원장은 “기상 상황을 예측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니까 기존에 하루 진행했던 축제를 프로그램을 조금 축소하더라도 기간을 늘려 진행한다거나 하는 방법들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도 “다만 매곡동의 경우 대부분 주택가로 조성돼 있어 주민들께 불편을 끼칠까 하는 부분도 고민스러워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순천시 탐매마을에 홍매화가 꽃망울을 틔우고 있다. 순천시 제공
신안군 역시 당초 지난달 28일부터 3월3일까지 임자도 1004섬 튤립 홍매화정원에서 ‘제1회 섬 홍매화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입춘 전후 찾아온 한파 탓에 일주일 뒤인 6일로 개막을 미뤘다.

신안군 북부정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축제에 참여하기로 한 공연단의 경우 지역민들 위주로 꾸려져 있고 예산 지출을 앞두고 일정을 변경하게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정이 변경됐어도 언제든지 축제 공연에 참여하겠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5만여 그루에 피어난 흐드러진 홍매화를 기대하고 찾아올 관광객들을 위해 막바지까지 보온 유지 등 한송이의 꽃이라도 더 피울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렸다.

개막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장유 신안군 정원조성경관팀장은 “축제장 주변 방풍막 설치와 비닐하우스 작업 등을 통해 축제 준비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며 “보온 유지를 통해 홍매화가 60% 이상 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매년 약 100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광양매화축제도 7일 개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규모가 큰 축제일수록 일정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축제가 열리는 매화마을의 개화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꽃구경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광양시는 늦은 개화로 인한 관광객들의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자 다채로운 ‘킬러 콘텐츠’들을 준비하는 등 축제 준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광양매화축제의 경우 여행사라든지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 수가 많은데 사전에 예약된 부분들이 있어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면 큰 차질과 민원이 빚어질 것”이라며 “지난해 개화가 일주일 정도 빨라질 것이라고 예보됐고, 지난 1월까지도 그랬는데 2월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일정을 조절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 돼버렸다. 하다못해 해외에 나가도 한 달 전에는 계획을 잡는데,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과 업체, 스텝 선정들이 완료된 상황에서 일정을 늦추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사에서도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 이미 여행 상품은 다 판매가 됐는데,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혹시나 축제 일정이 바뀌지는 않을지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면서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축제 기간 진행하는 콘텐츠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하고 쾌적한 축제 환경 속에서 시민과 관광객을 맞을 계획이다”고 전했다.

구례의 ‘산수유꽃축제’도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은 오는 15일 개막 일정을 잡았지만, 개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구례군 역시 이제와 축제 일정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3월 들어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내주까지 꽃망울을 터뜨리길 고대하고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축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일정 변경은 어렵고, 바로 다음에 벚꽃축제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꽃이 좀 덜 피더라도 그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축제 때는 조금 아쉬운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꽃은 언젠간 피게 돼 있고 축제 후라도 산수유를 보기 위해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