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옛 광주적십자병원 이렇게 방치할텐가
보존·활용 더 이상 지체 안돼
2025년 03월 05일(수) 17:25 |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1965년 개원이후 상당 기간 운영됐지만 병원 터와 건물을 소유한 학교법인이 경영 위기를 겪으며 한때 경매에 나와 매각·철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현재 병원 본관동·별관·창고·영안실 등은 ‘D등급’, 기아보호소는 ‘E등급’ 판정이 내려져 상당한 보수·보강 없이는 원형 보존은 쉽지 않다. 5월 단체와 시민단체, 건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사업 전담팀이 꾸려져 원형복원 방안과 활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오월단체 간 갈등으로 지체됐고, 지난해 7월 이후 논의 끝에 보존 범위를 결정했다. 활용방안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예산도 늘었다. 당초 계획보다 110억원 넘게 늘면서 국비를 확보해야 할 처지다. 추가 논의와 국비 확보 탓에 광주적십자병원이 옛 모습을 찾기까지 상당 기간 지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5·18정신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지만 현장의 모습은 처참하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들이 시민 군을 살리기 위해 헌혈 행렬에 나선 공동체 정신이 깃든 장소다. 하지만 현재의 광주는 5월 사적지 하나 제대로 보존·복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5·18정신이 광주를 넘어 전국화, 세계화로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보존과 활용 계획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