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활용 사업 ‘지지부진’
사적지 안내문 너덜너덜 뜯겨져
관리 미흡 등으로 관광객 실망
시비 175억 들여 사업 추진 계획
오월단체 내홍으로 TF 논의 중단
市 “국비 추가 마련 방안 세울 것”
관리 미흡 등으로 관광객 실망
시비 175억 들여 사업 추진 계획
오월단체 내홍으로 TF 논의 중단
市 “국비 추가 마련 방안 세울 것”
2025년 03월 04일(화) 18:21 |
![]() 최근 광주 동구 불로동 옛 광주적십자병원 건물 앞 펜스에 ‘5·18 사적지로 지정돼 사적지 원형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반으로 뜯어진 채 걸려있는 모습. 정상아 기자 |
최근 찾은 광주 동구 불로동의 옛 광주적십자병원. 건물 앞에 설치된 펜스에는 ‘5·18 사적지로 지정돼 사적지 원형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반으로 뜯어진 채 너덜너덜하게 걸려있는 상태였다.
이곳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이 부상 치료를 받았던 역사적인 장소로,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21일 학생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헌혈을 자원하며 부상자들을 살려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실제 장소로 알려진 이곳은 역사 탐방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관리가 미흡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40대 이모씨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그의 작품을 찾아보던 중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광주에 관심을 가지게 돼 여행 겸 방문하게 됐다”며 “작품 속 적십자병원이 시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펜스만 설치돼 있고 흉물처럼 허름하게 방치돼 있어서 놀랐다”고 밝혔다.
현재 이곳은 보존·활용 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내부 논의가 미뤄지고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답보 상태에 놓였다.
광주시는 총사업비 175억(전액 시비)을 들여 ‘옛 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사업’을 추진, 지난 2020년 7월 동구 불로동 174번지 일원의 ‘옛 적십자병원’을 90억원에 매입했다.
광주시는 사적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오월 단체의 의견에 따라 토지 및 건축물을 공공 매입한 뒤 건축기획용역 등을 추진했다.
이후 오월 단체와 시민단체, 건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사업 전담팀(TF)이 4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나 TF에 포함된 오월 단체 중 5·18민주화운동 부상·공로자회가 내홍으로 지난해 1월17일부터 회의에 불참하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예기치 못한 차질이 빚어지며 차일피일 미뤄지던 사업은 지난해 7월 TF 회의를 거치며 재개, 보존 범위는 어느 정도 확정됐으나 활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TF는 응급실과 수술실 등 환자들을 처치했던 공간인 본관은 보존·복원하기로 결정, 별관·창고는 건물 안전성과 공간성 고려해서 철거, 기아보호소는 일부 사유지를 침범하고 안전 등급에서 E 등급을 진단받아 철거 예정이었으나 역사성을 추가 검토 해 철거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영안실은 80년대 당시 사망자들을 안치했던 공간으로 복원이 결정됐으나 장소 이전 후 복원할지, 기존 장소에 복원할지 등은 아직 활용안이 확정되지 않아 추후 논의를 거쳐야 한다.
광주시는 정밀안전진단 결과 본관과 부속건물의 안전 등급이 D-E등급으로 매우 취약한 것으로 조사돼 설계·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고 보존 범위가 결정됨에 따라 사업 추진비를 기존 175억원에서 290억원으로 다시 책정하고 국비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출범한 5·18정신계승위원회와의 논의를 거치고 국비 확보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여 또 다시 방치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광주시 관계자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을 큰 주제로 잡고 다양한 의견을 제출받아 방향성을 정하는 중이다”며 “올해 안에는 활용안을 확정하고 국비 확보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또 설계 용역 전 거쳐야 하는 공공건축 사전 협의, 심의 등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국비 확보 상황을 살펴 설계를 추진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어 “안내문의 경우 누군가 파손해서 일단 수거해 둔 상태다”며 “오는 5월 전까지 전체 사적지를 대상으로 점검·정비에 나서는데, 이때 다시 안내문을 설치해 놓을 계획이다. 사적지를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