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뿌리서 뻗어난 다른 화풍"…형제 조명한 전시 열려
●'꽃 피고 물 흐르니 - 의재, 목재 형제전'
8월31일까지 의재미술관 1·2전시실
산수화·화조화·서예작품 등 40여점
"근현대 남종문인화의 다양한 면모"
4전시실서 직헌 허달재 문인화 선봬
8월31일까지 의재미술관 1·2전시실
산수화·화조화·서예작품 등 40여점
"근현대 남종문인화의 다양한 면모"
4전시실서 직헌 허달재 문인화 선봬
2025년 03월 04일(화) 18:15 |
![]() 목재 허행면 작 ‘강산무진팔폭병풍’. 의재미술관 제공 |
![]() 의재 허백련 작 ‘위진팔황’. 의재미술관 제공 |
오는 8월31일까지 의재미술관 1, 2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허백련과 허행면의 산수화, 화조화, 서예작품 등 40여점이 자리한다.
의재미술관이 야심 차게 준비한 기획전답게 전시장은 새봄을 맞이해 전통회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허백련의 ‘무릉도원’과 ‘석문도명’은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복숭아꽃이 핀 도원의 꿈을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 ‘위진팔황’에서는 바닷가 바위에 앉은 독수리의 기세가 명백히 드러난다.
![]() 목재 허행면 작 ‘부귀공작도’. 의재미술관 제공 |
허백련은 동양의 고전과 문인 정신을 바탕으로 남종문인화풍을 견지하며 화단의 거장으로 일가를 이뤘고, 그의 동생 허행면은 허백련에게 서화를 배우며 성장했다. 목재라는 호를 의재로부터 받을 만큼 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의재가 일본에서 법률 공부를 하던 20대에 돌연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면, 목재는 광주고보 재학 중 석고데생이나 수채화, 유화 등 서양화 기법과 이론도 접하며 일찌감치 화가의 꿈을 키워 나갔다.
목재는 공무원, 금광사업, 제지사업 등을 거쳐 1938년 의재가 연진회(鍊眞會)를 설립할 때 창립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업을 시작한다.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경산수도 여러점 남겼으며,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회화미를 강조하면서 자신만의 미술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그의 그림에는 허백련과 마찬가지로 추사 김정희로부터 내려오는 문인화의 정신이 깊이 스며있다.
목재는 의재를 통해 서화를 익혀 화풍의 유사성도 있지만, 그만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의재의 작품이 문인화 정신을 이어 평생 담담하면서도 기품 있는 화풍을 보인다면, 목재는 현실적인 풍경화와 화려한 군방도(群芳圖)로 고법(古法)을 혁신했다. 각색의 모란이 마당 가득 피어있는 의재 허백련의 모란병풍 ‘대부귀육곡일지병풍’과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목재 허행면의 ‘사계군방도’는 두 화백의 화풍 상 차이를 보여준다.
![]() 직헌 허달재 작 ‘문향’. 의재미술관 제공 |
이선옥 의재미술관 관장은 “뿌리를 둔 형제이자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두 인물이 작업한 근현대 남종문인화의 다채로운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특히 동생 목재의 경우 의재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화가로, 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재는 의재와는 달리 정규교육 과정에서 미술을 공부해 서양화 화풍이 깊다. 또 의재가 문인화가를 추구한 반듯한 이미지라면 목재는 비교적 자유분방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며 “이러한 특징은 두 화가의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의재미술관 4전시실에서는 의재 허백련의 손자이자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인 직헌 허달재의 문인화전도 열리고 있다.
직헌 허달재 문인화전에서는 담담하면서도 기품있는 수묵 사군자화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밝고 화려하면서도 격조 있는 매화그림으로 유명하다. 특히 허달재의 최근작 수묵 사군자화와 도기를 그린 그림은 그의 초심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