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 곳곳에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
●3·1만세운동 106주년 기념행사
고려인 동포 등 600여명 참여
각양각색 태극기 흔들며 행진
“안정적인 정착 돕는 지원 절실"
고려인 동포 등 600여명 참여
각양각색 태극기 흔들며 행진
“안정적인 정착 돕는 지원 절실"
2025년 03월 03일(월) 18:32 |
![]() 제106주년 삼일절과 연해주 고려인 만세 운동 102주년 맞은 지난 1일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고려인들이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을 재연하며 거리 행진을 펼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 지난 1일 삼일절 제106주년을 맞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개최된 3·1운동 기념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이정준 수습기자 |
106년 전 독립을 위해 외쳤던 함성이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울려 퍼졌다.
지난 1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대에서는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을 주제로 3·1운동 기념행사와 연해주 고려인 만세 운동 10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고려인 동포를 비롯해 월곡동 선주민, 박병규 광산구청장, 국내외 인사 등 600여명이 참여했다.
월곡 고려인문화관에서 둘레길을 따라 마을을 돌기 시작한 이들은 구호에 맞춰 “대한독립 만세! 코레아 우라”를 외치며 100여년 전 만세 운동을 재연했다.
우산 모양의 태극기, 손에 쥐는 작은 태극기, 직접 그린 태극기 등 각양각색의 태극기를 든 이들은 뒤섞여 다모아어린이공원까지 500m가량을 행진했다.
어린 고려인들은 부모님이 목말을 태워주자 신이 난 듯 더 높게 태극기를 흔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구경을 나온 동네 주민들이 주위에 서성거리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의 복장도 눈에 띄었다. 일본 순사 복장, 검은색 두루마기, 총을 든 고려인 어린이까지 3·1운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일본 순사의 옷을 입고 총을 든 고려인들 앞에서 양손을 하늘 위로 번쩍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일본군에게 대항해 독립 의지를 불태운 선조들의 항일 운동 정신을 되새겼다.
대성여고 재학생 고혜민(19)양은 “광주에 고려인마을이 있다는 걸 잘 몰랐는데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고려인마을에 대해 더 알게 돼 좋았다”며 “3·1 만세운동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기념할 수도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거리 행진을 마친 이들은 홍범도 공원에 마련된 홍범도 흉상 앞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독립군가를 합창하며 대한민국의 독립 역사를 되새겼다.
무대 중앙에선 우즈벡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이이들의 춤,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합주 공연도 준비돼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호남대학교 미디어영상공연학과 재학생 김율리야씨는 “이곳에서 12년째 살고 있는데, 오늘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면서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강하게 느꼈다”며 “선조들의 희생 덕분에 대한이 독립할 수 있었다는 것을 되새기며, 앞으로도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던 마을해설사 김정순(58)씨는 “삼일절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고려인마을을 알게 돼 기쁘다”며 “선주민과 이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5000여명 이상의 고려인들이 거주하는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매년 3월 1일 삼일절과 1923년 연해주 고려인 삼일만세운동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고려인 후손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한 고려인 선조들의 강인한 민족정신을 이어받길 바란다”며 “국내에 체류 중인 고려인들이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하고 있으나 취득 과정에 어려움이 많은 편이다. 고려인들이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제도적 지원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아 기자·이정준·정승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