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착한소비라는 착각
2025년 03월 03일(월) 17:26 |
![]() 나다운 취재1부 기자 |
얼마 뒤 다시 찾은 카페에서는 리유저블컵을 사용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사람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들고 매장을 나서고 있었다. 간혹 텀블러에 주문한 음료를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줄을 섰던 사람들의 주요 목적은 컵을 ‘소장’하는 데 있었으며 실제로 이를 음료 구매 시 반복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이다. 중고거래플랫폼 당근마켓에는 해당 리유저블컵을 판매하는 글도 올라왔다. ‘환경을 위한 소비’라는 이름 아래 ‘한정판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고 ‘또 다른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요즘 소비 시장에서 ‘가치 소비’는 필수가 됐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지속 가능한 소비라는 개념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가치소비’를 앞세워 ‘친환경 포장’, ‘업사이클링 제품’, ‘공정무역 원료 사용’ 등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리유저블컵’의 사례만 봐도 ‘진정으로 의미 있는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내가 하는 소비가 정말 ‘착한소비’가 맞는지, 기업들이 강조하는 ‘가치소비’가 진정으로 소비자와 환경을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로 구매한 물건이 단순한 이미지 마케팅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며,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의 전략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로 도입된 소비 문화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한정판 아이템’ 마케팅으로 변질되거나, 실사용보다는 소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결국 또 다른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한다는 심리적 만족감 속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당한다.
진정한 가치 소비는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 어떤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얼마나 지속해서 사용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 소비자들이 한 번 더 생각해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습관을 기를 때, 비로소 그 소비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 소비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소비를 ‘선택’할 수 있고, ‘줄일 수’ 있다. 정말 필요 물건만을 구매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고르고, 기업의 친환경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착한 소비’가 오히려 소비를 부추기는 도구가 되는 순간 우리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소비 습관을 지닐 것인가’이다. 가치소비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소비’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