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현장서 철골 무너져…반복되는 학동 참사
60대 1명 옹벽 깔려 부상 입어
전문가, 안전불감증 원인 꼽아
"점검 대상 아니다" 점검 0회
동구 "신고 대상도 관리 감독"
전문가, 안전불감증 원인 꼽아
"점검 대상 아니다" 점검 0회
동구 "신고 대상도 관리 감독"
2025년 02월 25일(화) 18:56 |
![]() 25일 광주 동구 지산동 건물 철거 가림막 붕괴로 인도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들이 가림막 처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다. 이날 작업자 한 명이 부상을 당했다. 김양배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4년 만에 또 다시 철거 중인 공사 현장에서 철골 가설물(가림막)이 무너졌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재발방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동부소방과 동구 등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께 광주 동구 지산동 한 철거 공사 현장에서 도로면 쪽 쌍줄비계(발판)이 무너지며 토사물과 잔재물이 인도를 덮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 역할을 하던 60대 현장근로자가 무너진 옹벽에 깔려 허리에 부상을 입은 채 소방당국에 구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사고 현장은 마치 지난 2021년 6월9일 발생했던 광주 학동 붕괴 참사 현장을 연상케 했다. 약 20미터 길이, 10미터 높이로 세워져 있던 철근 울타리는 처참히 붕괴돼 인도를 넘어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인 차도까지 내려은 상태였다. 붕괴 충격으로 휘어진 철근 울타리와 무너진 옹벽, 시멘트 자재들이 도로에 널브러졌고, 사고 현장 인근 도로는 차량 통제로 인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수십 명의 공사 관계자들은 붕괴된 구조물을 정리하고 건축 자재를 옮기는 등 현장 수습에 분주했다. 심지어 100m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있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두고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비계와 옆 옹벽이 무너진 해당 현장을 보면 잔재물의 압력에 의해 수평력이 작용됐고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애초부터 해체 방법을 굉장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진행, 잘못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물 철거·해체를 위해 지자체에 허가를 받기 위해 심사를 받는 ‘잔재물 공간 확보’와 ‘폐기물 운반 계획’ 등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잔재물이 이상하리만큼 많이 보이고 쌓인 토사물과 잔재물이 비계쪽을 횡력으로 압박해 도로 쪽으로 넘어진 점이 학동참사와 비슷하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거리를 지나가던 도중 붕괴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과 인근 주민들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외출 후 귀가하던 구 모(71)씨는 “늘 다니던 길이라 당연히 안전한 줄 알았는데, 불안한 길이 됐다”면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안전에 대해 충분히 검토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학동과 똑같은 일이 발생해 불안하고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사고 현장 인근의 버스정류장에서 사고 현장을 목격한 40대 김 모씨는 “평소에도 설치된 구조물이 메인이 아니라 보조장치인데도 지지대나 철근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또다시 제도를 보완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학동참사 이후에도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비롯해 건설 현장 재해가 계속 발생하다 보니 참사를 겪고 나서야 마련된 재발방지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2월 학동참사 이후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지역건축안전센터’가 신설됐다. 지자체가 분야별 전문가를 위촉해 건설 현장 안전을 감독하고 안정성 확보를 위해 건축공사장·해체 현장에 대한 수시·불시 점검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이에 광주 동구도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립했지만 그동안 철거 현장에는 한번도 안전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철거 공사는 ‘해체 신고’ 대상이지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동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3개층 이하 500㎡ 이상의 철거 공사 현장은 해체 계획서를 검토하고 계획서대로 공사를 하고 있는지 관리 감독을 실시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철거 공사는 2개 층이기 때문에 적정성에 대한 검토만 하고 관리 감독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구 관계자는 “앞으로 대로변이나 주민 통행에 밀접한 현장의 경우 ‘해체 신고’ 대상도 현장에 가서 안전 점검을 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민현기·정유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