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시행사 분쟁에 애먼 예비 입주자만 ‘발 동동’
본 입주 예정일서 2주가량 지연
공사비·국공유지 매입문제 발단
지자체 중재로 준공 승인 속도
'갈 곳 잃은' 예비주민 불안·불편
"보상 및 피해 최소화 적극지원"
2025년 02월 25일(화) 18:52
25일 오후 시공사와 시행사의 분쟁으로 입주가 지연된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신축아파트 내에 공사 비품 등이 남아 있다. 윤준명 기자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 시공사와 시행사의 공사비 및 토지 매입 관련 분쟁에 따른 입주 지연으로 입주예정자들이 큰 불편과 불안을 겪고 있다. 사업 운영자인 시행사 측은 예비 입주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찾은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신축 아파트. 공사는 마무리된 상태였지만, 당초 예정된 입주일이 10일 이상 지난 이날도 공사 비품 등이 그대로 곳곳에 남아 있었다. 총 303세대 규모로 조성된 해당 아파트는 전 세대가 선분양돼 지난 14일이 입주예정일이었지만, 여전히 한 세대도 입주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공사 A사와 시행사 B사 간의 공사비 갈등과 단지 내 광주시 소유 국공유지 매입 문제가 맞물려 준공 승인이 지연되면서 입주일이 오는 27일로 잠정 연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A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하에서 암석이 발견되는 등의 문제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이로 인해 인건비와 공사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했다. 또 주요 건축 자재 가격 상승이 겹쳐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A사는 시행사인 B사에 100억원의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B사는 ‘착공 후 공사비 증액은 없다’는 계약 내용을 토대로 난색을 표했으며, A사는 이를 70억원 규모로 낮췄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해당 아파트 부지에 광주시 소유의 220평 규모 1개 필지가 포함되면서 이를 매입해야 지자체로부터 준공 승인이 가능했다. 이에 B사는 토지 매입을 위해 A사 측에 기존 계약상 약속된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A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준공승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B사 측은 이에 대해 “공사 진행 중 비용 부족으로 준공 전 토지 매입과 등기비 등 자금을 시공사 측에서 미리 사용하고 추후 보충하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준공을 앞두고 추가 지출된 공사비에 대한 입금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와 시행사의 분쟁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예비 입주자들의 피해가 심화되자, 관할 지자체인 북구가 중재에 나섰다. 이에 시공사 A사는 약속된 자금의 일정 부분을 내놓았고, 시행사 B사는 25일 광주시에 국공유지 매수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북구는 토지 매입 절차가 마무리되고 시에서 매각 승인이 나는 대로 준공 승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A사가 준공 승인이 나는 대로 입주지원센터를 개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예비 입주자들은 이날 예정했던 집회를 보류하기로 했다. A사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준공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이달 내 입주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예비 입주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차례 입주 연기 등으로 신뢰를 잃은 탓에 입주 일정이 또 미뤄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영범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본래 입주 예정일보다 2주 지연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미 거주지를 정리한 세대는 숙박업소를 전전하고 있고, 신학기를 앞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은 전입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출 실행 지연과 전·월세 계약 연기로 추가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입주 예정자들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내 집 마련을 앞두고 기업 간 갈등에 휘말려 주거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상적인 입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사업 운영자인 시행사 B사 측은 예비 입주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B사 대표이사는 “A사와의 분쟁으로 정상적인 입주가 지연되며 불편을 겪은 예비 입주자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양측의 갈등과는 별개로, 당사는 이번 사태로 인해 발생한 입주자들의 피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검토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