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이미경>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이미경 (사)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장
2025년 02월 25일(화) 1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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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자락 하얀 건물 안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2000년도 음악치료라는 학문을 평생교육원에서 알게 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나의 인생은 180도 전환되었다. 그중에서도 국립나주병원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고향과 같은 곳이다.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음악의 힘을 새롭게 알게되면서 이렇게 좋은 음악치료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용기를 내어 찾아간 곳이다. 처음에 마주한 치료팀은 “음악으로 치료를 한다고요?”하면서 의아해하였다. 반신 반의하면서 환자들을 위한 노래교실을 제안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를 10년 넘게 이어갔고 덕분에 보건복지부장관상까지 받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에는 소렌토를 타고 다녔는데 차에 한가득 악기를 싫고 장애인센터로, 노인시설로, 청소년시설로, 지역아동센터로, 다문화센터로 하루에 5~6곳을 다니면서 음악으로 행복을 나누었다. 8년동안 주행거리가 26만㎞ 였으니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매주 수요일 국립나주병원에 가는 길은 늘 신나고 즐거웠다. 하루도 빼지 않고 건물앞을 배회하던 환자분은 얼굴을 마주치면 “언니 100원 있어?” 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하였다. 알고보니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분이셨다. 다음부터는 항상 동전을 준비해서 미리 건네곤 하였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아서 늘 궁금했다. 당시에는 장기간 입원이 가능해서 오랬동안 가족처럼 함께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오랜 시간동안 그 분들로 인해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해 나갔다. 여러 가지 상황의 변화로 봉사를 마무리 하고서도 늘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초창기부터 함께 해왔던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항상 서로에게 힘이 되고 정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위해 도와왔던 선생님은 팀장님이 되어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병원 환경은 많이 변해 있었지만 소아·청소년 병동과 재활병동에 있는 환자분들을 만나게 돼서 큰 기쁨이었다. 고향에 돌아온 기분으로 초발심을 내고 싶었다. 명상 음악과 함께 마음을 안정 시키고 새로운 악기를 연주해보면서 자신감을 획득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나갔다.
요즘 소아 청소년들의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서 자해를 심하게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4회기가 되면서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내가 만일’이라는 노래를 불러보면서 내면의 생각을 표현해 보게 하였다.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내가 만일 퇴원을 한다면? 내가 만일 25살이라면? 내가 만일 지금 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라면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폭력을 안 쓸거예요. 엄마한테 대들지 않을거예요. 친구들이랑 잘 지낼 거예요” 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이야기 하였다. “정말 잘하고 싶지만 안될 때 어떻게 할까?” 퇴원을 앞둔 친구에게 조언을 해주라고 하자 한 친구가 그동안 교육받으면서 배운 이야기를 이야기 해 주었다.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는 그 자리를 피하고 그래도 안 되면 형이 좋아하는 야구공을 가지고 가서 운동을 해봐” 퇴원을 앞두고 기분이 좋은 친구는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해 보겠다고 다짐하였다. 또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마음이 잘 안 될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마음 먹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겠다. 노래 가사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세상을 평화롭게 우리가 만들어가야하겠다.
가슴 두근거리면서 시작된 봉사가 이제는 나를 위한 일이 되었다. 언제까지라도 나의 음악이 필요한 곳에 항상 곁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