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수수료 부담스러워”…너도나도 부동산 직거래
전세사기 늘자 중고거래 매물 넘쳐
원룸부터 수억·수십억 아파트까지
비싼 복비 받는 공인중개사 안 거쳐
허위 매물·계약 사기 각별한 주의를
2025년 02월 17일(월) 18:47
17일 오후 한 광주시민이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월세 매물을 찾아보고 있다. 정상아 기자
#최근 새 학기를 앞두고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원룸을 구했다는 전남대학교 재학생 김민지(21)씨는 “공인중개사를 이용하면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데다 만약 사기를 당하더라도 해결을 해주지 않다 보니 평소 자주 이용하던 중고 거래 사이트로 방을 알아보게 됐다”며 “대학가라서 이사를 가는 학생들이 많아서 매물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복비 부담을 줄이고 세입자를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사고파는 사람 모두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정모(49)씨는 오는 6월 이사를 앞두고 아파트를 내놓았지만, 부동산에서 매물이 팔렸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정씨는 직접 중고 거래 플랫폼에 아파트 매물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나섰다. 그는 “부동산을 통해 내놓았을 때는 연락이 한 건도 없더니 중고 거래 게시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두 명의 문의가 들어왔다”며 “요즘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자연스럽게 노출이 잘 되는 것 같다. 이전보다 빠르게 임차인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아 중개수수료 부담을 없애면서 많은 시민이 부동산 직거래를 이용하고 있지만 허위 매물과 사기 위험이 상존해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인 ‘다방’, ‘직방’ 등을 확인한 결과 광주 지역의 부동산 직거래 게시글이 수천 개에 달했다.

부동산 직거래는 원룸 같은 소액 전월세뿐만 아니라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까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현행법상 중개수수료는 매매가 2억~9억 원 미만 주택의 경우 0.4%, 9억~12억 원은 0.5%, 12억~15억 원은 0.6%, 15억 원 이상은 0.7%로 책정돼 있다. 집값이 오를수록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직거래를 통해 이를 절약하려는 시민들이 늘면서 매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직거래는 매수자와 임차인을 사기 위험에서 보호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허위 매물이나 계약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계약에 필요한 사항을 매수자나 임차인이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집 내부 상태, 가격, 계약 및 잔금일, 소유권과 가압류 여부, 임차인 권리 관계 분석 등을 모두 개인이 검토해야 하므로 부주의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

부동산 직거래가 늘어나자 정부는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직거래 증가에 따른 허위 매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명 인증과 매물 정보 기재를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광고 게시자가 실제 매도인이나 임대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매물 등록 시 △소재지 △면적 △거래 형태 △관리비 △방·욕실 수 등 주요 정보를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증 절차를 강화한 일부 플랫폼과 달리 대부분의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사기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직거래 시 ‘거래 가능 여부’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비교·분석해 보고 계약서 작성 시 특약사항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홍 광주대학교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직거래가 인기를 끌자 각종 부동산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간혹 저렴한 가격으로 허위 매물 게시글이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으니 한 곳이 아닌 다양한 플랫폼을 비교해 보면서 매물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직거래할 때는 공인중개사 없이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계약 내용을 더욱 철저히 검토하고, 상대방의 신원을 확실히 확인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