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용적률 상향, 목표설정부터 잘못된 ‘메타오류’ 아닌가
이용환 논설실장
2025년 02월 17일(월) 17:30 |
![]() 이용환 논설실장 |
용적률 놓고 혼돈에 빠진 광주
여기서 용적률의 변화가 가져온 파장을 되돌아 본 것은 광주가 또 다시 상업지역 주거용 용적률을 두고 혼돈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장 광주시의회는 지난 12일 중심상업지역 주거용 용적률을 현행 400%에서 540% 이하로 140% 올리는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한마디로 100세대를 지을 수 있는 땅에 30세대를 더 늘려 130세대까지 짓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민의 반발로 광주시의회가 다음 날 ‘논의를 거쳐 보완할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 앉을지는 불분명하다.
용적률을 높여 광주의 취약한 중심상업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 당연히 높여야 하고 가능하면 많이 올리는 게 맞다. 건축주의 부담을 덜어 건축이 활성화되고, 양질의 신규 주택이 늘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데, 획일적인 규제만 주장하는 것은 광주의 발전을 도외시한 고루한 생각이다. 도심 공동화와 끝이 보이지 않는 미분양 등에 시달리는 지역 건설업계의 입장에서 한정된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낡고 밀집된 택지를 쾌적한 주거지로 바꾸는 것은 광주시에 주어진 당연한 역할이다.
그렇다고 용적률 상향이 조례의 취지대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건설업계의 과잉공급과 미분양 확산이다. 현재 광주시의 주택보급률은 105.5%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미분양 주택은 1242가구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83.9% 급증했다. 집이 부족해서 문제가 아니고 남아서 골칫거리인 셈이다. 여기에 다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광주만 415세대, 전남은 2450세대에 달한다. 공사 중인 미분양 물량까지 포함하면 5000세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용적률을 완화시켜 또 다시 공급을 늘리는 것은 미분양을 심화시켜 건설업계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위락·숙박시설과 주거시설이 뒤섞여 삶의 질이 떨어지고, 학교와 도로 등 핵심 기반시설이 부족해 시민의 불편도 가져온다. 상업과 업무 기능을 확충하겠다는 중심상업지역의 용도지역 지정 목적을 훼손시키는 것도 문제다.
시민이 원하는 건 삶의 질 향상
용적률 상향은 ‘양날의 칼’이다. 피폐한 도심 상권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지만, 난개발에 따른 보이지 않는 폐해는 주민 모두가 감내해야 할 손실이다. 삶의 질도 떨어뜨린다. 같은 100㎡의 주택이라도 높고 촘촘하게 들어선 건물과 여유 있게 지어진 건물의 재산상 가치나 효용의 차이는 크다. 각종 편익시설이 부족하고 일조권과 프라이버시 침해에 따른 불편도 참아내야 한다. 대다수 국가나 자치단체가 용적률을 규제하는 것도 쾌적한 도시를 위해 교통이나 환경 등의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 적절한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도 과거처럼 획일적으로 주택을 많이 짓는 것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삶의 질을 높이며 사는 것이다. 숨을 쉬기도 답답할 만큼 빽빽한 오피스텔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이미 증명됐다.
행정학에 ‘메타오류’란 용어가 있다. 하나의 목표나 문제에 대한 진단이 잘못 정의되면 대안의 탐색이나 선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이다. 용적률을 높이고 새로운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기본적인 목표 설정부터 잘못된 ‘메타오류’의 전형이다. 당장 지금은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장미는 못 본 채, 그 속에 숨은 ‘가시’를 보고 좋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용적률 완화를 놓고 진행중인 광주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