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韓 2위 "밀라노 희망 봤다"
2025년 02월 15일(토) 10:47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500m 시상식에서 최민정, 김길리, 이소연이 각각 금, 은, 동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 하얼빈에서 8년 만에 개최된 제9회 동계아시안게임이 8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종합 2위를 차지한 한국 선수단은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1년 앞으로 다가온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희망을 키웠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은 지난 14일 오후 9시(한국시간)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에는 34개국, 15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지난 7일부터 빙상, 스키,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산악스키 등 6개 종목, 11개 세부종목에서 8일간 열전을 벌였다.

한국은 금 16개, 은 15개, 동 14개를 수확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금 16개, 은 18개, 동 16개로 동계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을 낸 2017년 삿포로 대회에 이어 동계아시안게임 2회 연속 종합 2위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각 경기 단체의 분석 등을 토대로 금메달 수는 11개를 예상했지만,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개최국 중국은 금 32개, 은 27개, 동 26개로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일본이 금 10개, 은 12개, 동 15개를 수확해 종합 3위가 됐다.

종목별로는 전통적인 금밭 쇼트트랙이 이번 대회에서도 효자 노릇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혼성 2000m 계주를 시작으로 개막 다음 날인 8일에만 4개의 금메달을 수집하는 등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 걸린 9개의 금메달 중 6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민정(성남시청)은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500m, 1000m 금메달을 획득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유일하게 3관왕에 등극했으며 김길리(성남시청)와 박지원(서울시청)은 나란히 2관왕에 올랐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김민선(의정부시청)과 이나현(한국체대)가 금빛 질주에 앞장섰다. 김민선은 주종목인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나현은 1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둘은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수확했다.

피겨스케이팅에서는 남자 싱글의 차준환(고려대)과 여자 싱글의 김채연(수리고)이 사상 첫 ‘동반 금메달’을 합작하며 새 역사를 썼다. 차준환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가기야마 유마(일본)를, 김채연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3연패에 빛나는 사카모토 가오리(일본)를 꺾었다.

설상 종목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우승 후보로 거론된 이승훈(한국체대)이 금메달을, 이채운(경희대 입학 예정)이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정상에 섰다. 이채운이 2관왕을 노렸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는 예선 1위에 오른 2008년생 김건희(시흥매화고)가 결선이 강풍으로 취소되는 행운 속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스키·스노보드에서 따낸 메달은 금 3개, 은 3개, 동 6개다.

러시아 출신의 귀화 선수인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전남체육회)는 여자 7.5㎞ 스프린트에서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압바꾸모바는 여자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컬링도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라는 성과를 냈다.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스킵 김은지, 서드 김민지, 세컨드 김수지, 리드 설예은, 핍스 설예지)은 결승에서 홈 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며 남자 대표팀 의성군청(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드 김은빈, 리드 표정민, 핍스 김진훈)이 은메달로 선전했다. 믹스더블에 나선 김경애(강릉시청)와 성지훈(강원도청)도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편, 2007년 창춘 대회 이후 18년 만에 중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운영 측면에서 상당한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각 경기장마다 운영 지침이 다르고 매일 바뀌어 혼선을 빚었는데, 라이터나 음식물 반입 등에 대한 제한이 매일, 담당하는 사람마다 달랐다. 각국 선수와 취재진이 모이는 믹스트존을 너무 좁게 조성해 불편을 겪기도 했으며 선수나 취재진을 도와야 하는 자원봉사자는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해 간단한 숫자도 영어로 말하면 알아듣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