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8개월 여름
김성수 논설위원
2025년 02월 11일(화) 17:39
“불타는 태양의 계절에는// 사람이 지치고 개도 지치고 소나무도 시든다 // 그러나 뻐꾸기는 울기 시작하고 호도애와 오색방울새의 노래가 들린다. // 산들바람은 상쾌하게 불지만//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닥쳐 // 소나기를 내리게 하여 목동을 당황케 한다. // 공포와 불안에 목동은 지치고 //번개는 달리고 뇌성은 울리며 // 파리와 말벌이 떼를 지어 미친 듯이 난다.”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역작인 ‘사계’(四季) 중 ‘여름’의 소네트(Sonnet·작은 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됐다. 평온하고 느린 선율이 이어지다가, 번개와 천둥의 위협적인 소리가 갑자기 나타나며 긴장감을 더한다. 목동의 평화로운 휴식이 갑작스러운 천둥 소리로 방해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여름은 흔히들 열정의 계절로 꼽힌다. 여름은 온대 지방의 사계절 중 하나로, 하계(夏季), 하기(夏期), 하절(夏節), 여름철이라고도 하며, 여름날은 하일(夏日)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일광시간 절약을 위해서 고위도 위에 위치한 나라에서는 서머 타임제를 실시하며, 바캉스, 복(伏)날 등이 여름을 대표한다. 절기로는 입하(5월 5일 경)에서 입추(8월 7일 경)까지를 말한다. 여름이라는 단어는 ‘녀름’이라는 말에서 나온 단어로 과거에는 여름과 농사를 모두 뜻했다. 여름은 1년 중 농사 일로 가장 바쁜 계절이다. 많은 열매들이 열리는 계절을 의미한다. 여름이 찬란했던 이유는 추위와 배고픔을 넘기고 찾아오는 풍요가 있었기에 더위를 견딜만 했다. 하지만 여름이 기후 위기로 인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과거 여름철은 90일 동안 지속된다고 해 구하(九夏)라고 불렸다. 2025년 여름은 ‘8개월 여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후학자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 찐 여름을 넘어 여름같은 봄·가을을 경험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아직 세계적인 기후 전망 자료가 발표되지 않지만 올해 여름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끔찍한 여름이 오고 있다. 이젠 한반도가 자랑하는 사계(四季)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봄과 가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극단의 추위와 더위가 찾아 올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젠 걱정을 넘어 공포가 될 것이다. 이젠 행동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큰 희생을 치를 건지 한 계절에 쏠리지 않고 균형잡힌 ‘사계’(四季)를 후손에 물려줄지 이젠 결단이 필요할 때다. 김성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