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된 ‘광주폴리’…“시민 관심 이끌 대책 필요”
‘건축 예술’ 접목 도심활성화 목표
5차례 나눠 166억 들여 35개 설치
인지도 부족·접근성 떨어져 ‘외면’
“지역 상권·문화콘텐츠 결합시켜야”
2025년 02월 05일(수) 18:17
광주폴리Ⅴ 작품 ‘옻칠 집’이 동명동의 한 임시주차장에 설치돼 있다. 정유철 기자
광주폴리Ⅴ 작품 ‘옻칠 집’ 내부 모습. 정유철 기자
광주의 침체된 도심에 세계적인 건축 예술을 접목해 도시재생을 이끌기 위해 추진된 ‘광주폴리’ 사업이 15년째 접어들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에 치중하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홍보 또한 미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 등 광주폴리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폴리는 기존 도심 건물에 문화적 힘을 불어넣어 전시 기능과 장식적, 기능적 역할까지 아우르는 건축물 조성 프로젝트다.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 2010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차례에 걸쳐 공공예술 건축물 ‘광주폴리’ 35개를 설치했다.

5차 폴리까지 국·시비를 포함해 총 예산 166억원이 사용됐고, 한 해 2억원(2024년 기준)의 유지·관리 비용이 추가 투입되고 있다.

● 세계적 수준 작품 35개 설치

총 35개의 광주폴리에는 총 25개국 35개 팀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했다. 세계적 수준의 건축 작품이 한 도시에 대규모로 들어선 건 전국에서 광주가 유일하다.

광주폴리의 첫 프로젝트인 광주폴리Ⅰ은 2011년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광주읍성부터 5·18까지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품들이 설치됐다. 이어진 광주폴리Ⅱ는 2012년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광주역 등에 조성됐고, 광주폴리Ⅲ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여간 ‘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을 주제로 동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광주폴리Ⅳ는 관문형 폴리로서 ‘광주다움’을 주제로 광주톨게이트에 만들어졌다. 끝으로 광주폴리Ⅴ는 지난해 ‘순환폴리’를 주제로 친환경 건축 작품으로 선보여졌다.

● 시민 곁에서 멀어진 ‘광주폴리’

광주폴리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해 조성했음에도 시민들에게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당초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중성과 접근성 보다 건축물의 예술성에 집중했고,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진행된 광주폴리 투어에 참여한 광주시민은 5810명으로 한 해 평균 720여 명에 그쳤다.

광주폴리 추진 주체인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광주폴리 홍보를 위해 투어와 전시, 강연을 비롯한 시민프로그램을 펼쳤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박지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광주폴리는 기능적인 역할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직접적인 의미가 부족하다”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 및 지역 정체성과의 연계가 부족하다”고 한계를 진단했다.

시민들도 폴리에 대한 홍보와 공감 부족을 지적했다.

5차 광주폴리 작품인 ‘이코한옥’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설치한 지 꽤 됐는데, 사람이 둘러보는 것을 못 봤다. 광주폴리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 골목에 있고 제대로 표시도 돼 있지 않아 누가 알겠냐”며 “크게 돈 들여 놓고 아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명동에 위치한 작품 ‘옻칠 집’ 앞을 지나가던 김용덕(48)씨는 “오늘 처음 봤고, 예술작품이 아닌 단순 구조물로 알았다”며 “도시 여건에 맞지 않고, 작가의 일방통행적인 작품으로만 느껴져 공감이 안 간다”고 말했다.

특히 3차 광주폴리 작품 ‘미디어셀’, ‘무한의 빛’, ‘미디어월’은 지난 2023년 건물주의 요구와 고장으로 폐기되기도 했다. 5차 광주폴리에서는 국비 17억원을 들여 ‘뷰 폴리’, ‘숨쉬는 폴리’ 등 14개 작품의 관람 동선을 잇기 위해 둘레길을 조성했으나 별도의 통로 없이 벤치와 조형물 설치에 그쳐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 홍보 마케팅·시민 활용 방안 필요

전문가들은 광주폴리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시민 활용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차 광주폴리부터 운영평가단에 참여한 이기훈 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초창기부터 시민들과 동 떨어진 허술한 추진이었다”며 “아무리 좋은 작품이더라도 수십년의 세월을 거쳐 변화하고 있는 도시와 시민을 따라가지 못하면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재점검 할 때”라고 말했다.

김광욱 광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광주폴리를 놓고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가를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광주폴리를 계승하기 위해서는 폴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동명동 카페거리·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한 관광상품 마련 등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폴리 활성화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인근 주민·시민들과의 접점 마련”이라며 “폴리 추진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시민 소통을 강조했다.

박지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의 지속 운영과 지역의 상권, 문화콘텐츠와 결합한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며 “시민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활용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