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정연권>‘억척 아즈매’ 구례 베트남댁의 인생역전 스토리
정연권 플레이라움 전문위원
2025년 02월 05일(수) 17:50 |
정연권 플레이라움 전문위원 |
서재수·이하정 부부를 만났다. 애호박 선별작업과 라임잎을 포장하고 있었다. “날씨가 무척 춥습니다. 힘드시지요” “괜찮아요. 커피 한잔하셔요” 생글생글 웃으며 커피를 권한다. 바쁘신데 몇 가지 질문만 하겠다고 했다. 부인 이하정 씨는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으로 14년 전에 구례에 왔다. 베트남 하이퐁이 고향이고 이름은 마이티로안이다. 몇 년 전 귀화하면서 개명했다.
부부가 관리한 비닐하우스는 6930㎡(2100평)이다. 애호박, 라임, 용과,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다. 애호박 정식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 외에는 모든 작업은 부부가 해낸다. 하우스 중간중간에도 베트남 채소를 심었다. 라임 나무는 열매뿐 아니라 잎도 수확해 판매한다. 여름이면 자투리땅에 베트남 채소를 심어 농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
하루 일정을 들어보니 충격이었다. 새벽 3시 일어나 등산용 헤드 랜턴을 켜고 애호박을 수확한다. 5시 30분경 수확 완료 후 가족들과 아침을 먹은 후 옆집 오이 하우스로 가 12시까지 오이 줄기유인과 내리는 일을 한다. 손이 엄청 빠르고 꼼꼼해 인기가 좋아 인근 7개 농가와 계약해 날마다 돌아가면서 한다. 베트남 사람들을 오이 농가와 연계해 주면서 작업반장도 한다. 오후에는 애호박, 라임, 용과 하우스에서 일하고 4시부터는 택배 작업을 한다. 저녁에는 베트남 친정 부모와 영상 통화하는 효녀다. SNS로 다양한 채소와 라임 등을 베트남 다문화 가족에게 홍보한다. 주문과 다음 날 보낼 택배 물량을 확인하고 12시경 잠자리에 든다. 잠은 하루 3시간만 자며 동분서주하면서 초인적으로 일한다. 대단한 철인이다. 대단한 억척이고 당당한 여장부다.
“너무 힘들지 않나요?” 걱정되어 물었다. “힘들어도 기분이 좋아요. 저로 인해 가족들이 잘살고 아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당찬 대답이 돌아온다. 그동안 번 돈으로 베트남에 투자한 부동산도 수억이 넘는다고 했다. 베트남 부모와 형제들도 도와줘 자동차 정비소를 차려 모두 잘산다고 한다. 몇 년 전 남편은 이렇게 예쁜 아내를 위해 베트남 부모님께 삼층집을 지어 줬다고 한다. 형제들도 사돈댁 신축에 일부 돈을 보태 줬다고 하니 우애가 좋다. 덕분에 베트남 사돈댁은 이웃의 부러움을 받았다.
억척스러움은 신혼 초부터였다. 새벽에 나가 폐지를 줍고 고물 등을 팔아 적은 돈이라도 모았다. 아들을 낳은 후 건축업을 하는 시누이에게 하우스에 유아방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난방과 에어컨을 설치하고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도 넣어 달라고 했다. 이유에 놀랐다. 일하면서 틈틈이 아이도 보고 수유도 하기 위해서다. 육아도 하면서 일을 하겠다는 의미다. 가족들은 강한 생활력과 모성애에 감동하고 감탄했다. 베트남에서 어린 나이에 시집와 잘살아 보겠다고 하는데 말릴 수가 없었다. 시숙 등 가족들은 겁이 없이 한밤중에 일한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래. “열심히 일하고 잘살아줘 고맙다. 감사하다” 칭찬하고 응원했다.
대한민국 다문화 가족은 2023년 기준으로 44만5000세대다. 이 중 베트남 출신이 22.1%인 9만8000세대다. 구례군은 2024년 기준 다문화 가족이 9개국 190세대다. 75세대가 베트남으로 40%를 차지한다. 구례로 시집온 베트남 댁들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한다. 손이 빨라 일하는 속도가 한국인의 3배가 넘는다. 영특해 한국말도 잘한다. 동족애도 강해 서로 돕고 농산물도 잘 구매해 준다. 서로 도와주고 단결이 잘되니 베트남은 앞으로 잘사는 부국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하정 주부 같은 베트남 댁들이 많을 테니까.
부부는 이제 ‘억대 농부’가 됐다. 근면 성실함으로 다문화 가족의 성공신화와 인생역전을 일궜다. 크나큰 복덩이가 들어왔다. 애로사항은 하우스 수고가 낮아 열대작물인 파파야, 라임 등 관리작업과 고품질 과일 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현대식 하우스 신축이 꿈이라고 했다. 그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부부농장이 베트남 다문화 가족의 중심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