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딥시크와 광주AI
김성수 논설위원
2025년 02월 04일(화) 17:32
80억원의 저비용으로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인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오픈AI로 대별되는 미국 빅테크(Big Tech) 진영의 AI 투자 규모 보다 작게는 10분의1, 더 극단적으론 50~100분의1 수준만으로 오픈AI에 필적하거나, 더 우수한 연산 결과치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위협한 셈이다. ‘딥시크 쇼크’는 중국이 독자적인 AI 인재 양성 생태계를 구축했음을 입증했다. 딥시크 창업자인 40세 량원펑과 엔지니어 모두 순수 국내파다. 중국 AI 기술은 앞으로 파죽지세로 발전할 개연성이 크다. 이미 2030년까지 AI산업에 1800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구 인력만 41만명에 달한다. 제2, 제3의 딥시크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생태계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도시’인 광주에서도 딥시크 같은 기업을 배출할 수 있을까? ‘광주의 전략’만 보자면 가능성에 힘을 싣고 싶다. 광주가 인공지능 사업에 눈을 돌린건 2018년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주겠다며 광역 시·도로부터 필요한 사업을 공모받았다.

모든 광역시·도가 고속도로, 철도 등 대형인프라를 건설해달라는 요구였지만 광주시만 ‘인공지능(AI) 집적단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기존 방식대로 타 시도와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내린 전략적 선택이었다. 2024년까지 9000억원이 투입된 AI 집적단지는 세계적 수준의 AI 데이터센터 등이 자리해 많은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혁신연구의 산실이 되고 있다. 광주의 시도가 딥시크 같은 기업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을 보자면 딥시크를 넘보는 건 어불성설이다. 계엄사태로 정부는 마비됐고, 정치권은 매일 각을 세우고 있다. 딥시크 등장에 이제서야 머리를 맞대는 형국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광주는 AI 집적단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2단계사업 예타면제를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벌써 해를 넘긴지 오래다. AI기본법이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한시름 놨지만 딥시크 등장으로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딥시크로 인해 가장 자존심을 구긴 건 미국이 아닌 한국 같다. 현 정부는 미국·중국과 함께 ‘AI 3강’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나라 꼴을 봐라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AI 산업은 속도전이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정치권 뒷북 움직임에 AI 패권 싸움에서 이미 주도권을 잃은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절박함으로 승부를 건 광주에 더 빨리 더 과감한 기회를 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광주가 만든 기회를 정부와 정치권이 걷어찬 모양새가 그저 한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