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시민군 화가' 고 이강하 작가의 작품세계 열린다
●2025 이강하미술관 소장작품 전시 '이강하'의 아! 광주 展
이강하미술관서 4월30일까지
회화·조각·아카이브 등 20여점
한강 강연서 '광주' 언급 발단
흉상 조각·도자기 작 최초 공개
이강하미술관서 4월30일까지
회화·조각·아카이브 등 20여점
한강 강연서 '광주' 언급 발단
흉상 조각·도자기 작 최초 공개
2025년 02월 02일(일) 16:55 |
고 이강하 작 ‘아! 광주’. 이강하미술관 제공 |
이강하 작가의 생전 모습. 이강하미술관 제공 |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에서 오는 4월30일까지 개최되는 ‘이강하의 아! 광주’ 소장작품 전에는 고 이강하의 회화, 조각, 영상 및 아카이브 자료 등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고 이강하는 1980년대 샤머니즘 사상이 깃든 ‘맥(脈)’ 연작과 남도의 정경이 담긴 ‘영산강 사람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무등산과 비단길 위의 누드가 상징적인 ‘무등산’ 연작 등 독자적인 작품으로 개인전 11회 및 100여회의 단체전, 8권의 화집을 발간하며 왕성한 작업을 이어왔다.
2008년 작고하기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미술계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작품들은 이강하미술관의 문화유산으로 기증돼 현재도 방문객들에게 예술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무등산 등성이마다 자유의 들꽃이 만발하게 꽃피고, 정의의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며 통일에의 꿈이 비단길처럼 펼쳐질 수 있는, 아름다운 광주.”
그가 생전 1990년 작가노트에 작성했던 글귀에서 무등산을 향한 사랑과 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을 향한 염원을 확인할 수 있다.
고 이강하는 1953년 영암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미술교육과와 조선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그는 1980년 미술대학에 입학한 후 계엄군에게 구타당하는 학생을 목격하고 시민군에 동참한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참여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명수배자로 2년여간 전국의 사찰을 돌며 은둔생활을 했고 1년여 수감생활을 겪었다.
이에 ‘오월시민군 화가’로 불리며 한국의 전통성과 오방색을 바탕으로 남도의 사계절 풍경과 1980년 시대상을 담은 내러티브(Narrative)를 통해 독자적 회화성을 구축했다.
오랜 세월, 시대에 대응했던 죄는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고 사후 유가족의 숙원 끝에 2023년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43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당시 작가의 불온했던 감정과 마음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소장작품 전은 ‘무등산의 화가’로 알려진 고 이강하가 작업한 ‘광주’의 이야기가 담긴 남도의 풍경 및 ‘무등산’ 연작으로 주제를 나눠 구성했다.
그의 대표 회화 작품뿐 아니라 1980년대 제작된 자화상,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 손상된 이강하의 흉상 조각과 도자기 작품이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되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미술관에 소장된 고 이강하의 아카이브 자료를 선보여 예술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담긴 기원을 소환하면서 잊히고, 소멸한 과거의 보편적 사유를 재조명한다.
전시 기간,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람객을 위한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을 사전 신청하면 상시 이용할 수 있다.
이강하 작 ‘비무장지대(DMZ)-염원’. 이강하미술관 제공 |
이강하 작 ‘오월-자화상’. 이강하미술관 |
이강하미술관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이러한 사회적 혼란 속에 국민의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 답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강연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며 “이번 소장작품 전시를 통해 고 이강하의 자유와 평화를 향한 시선이 머물렀던 장면들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강연에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강하미술관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고 이강하의 작품을 시대별 주제와 흐름에 맞춰 소장 작품 전시회로 선보이고 있다. 이강하미술관의 소장 작품 전시회는 광주 대표 1종 공립미술관의 존립과 정체성을 수립함과 동시에 지역 문화유산 및 작품 관리보존의 중요성을 담아냈다는 평가다. 나아가 지속적인 지역 작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 연구를 통한 동시대성의 세대를 예술로 연결하고, 시민들에게 사회적 공감대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강하의 아! 광주’ 포스터. 이강하미술관 제공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