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구속>집행 방해·진술 거부 일관 ‘법률가 尹’…구속 ‘자충수’
●구속영장 발부 배경
소환 거부 등 ‘반복적 불응’ 작용
휴대전화 교체·메신저 앱 탈퇴도
‘진술거부권’ 행사도 불리한 요인
추가계엄 발언…‘재범 우려’ 해석
2025년 01월 19일(일) 18:27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종료된 지난 1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 대통령이 탑승한 호송차량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되면서 구속영장 발부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위법 요소뿐만 아니라 반복된 절차 불응이 현직 대통령 첫 구속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차은경 부장판사는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로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음”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전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메신저 앱을 탈퇴하는 등의 행위는 증거인멸로 인정될 수 있는 요인이다. 공수처도 구속 영장에 이 같은 내용을 들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여러 피의자들의 공소장에 적시된 ‘2~3번 더 계엄령 선포하면 돼’ 등의 발언도 구속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언제든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만큼, 재판부 입장에서는 ‘재범 우려’로 해석했을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윤 대통령 측이 수사기관에 보인 불성실한 태도도 구속영장 발부 판단에 일정 부분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체포된 이후에도 대통령 측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수사기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체포 상태에서도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의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봤을 것이란 평가다.

윤 대통령 측은 줄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으며, 관할지가 아닌 서부지법에 청구한 영장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서부지법에 체포·수색영장 이의신청 제기 △헌재에 체포영장 권한쟁의심판 및 가처분 신청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 청구 등 계속해서 영장 집행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구속영장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8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4시간50분동안 차은경 부장판사의 심리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 구속 전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였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공수처 측에선 차정현 부장검사를 포함해 6명의 검사가 참석했고, 윤 대통령 측에선 김홍일 변호사와 송해은 변호사 등이 법원에 나왔다.

심사 초반 윤 대통령 측에선 좌장 격인 김홍일 변호사와 송해은 변호사 두 명이 대표로 약 70분간 각각 준비한 PPT를 제시하며 구속 필요성이 없단 점을 강조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오후 4시35분부터 5시15분까지 약 40분간 직접 본인의 입장을 설명한 후 심사가 끝나기 전 5분간 최종 발언했다.

공수처는 수사 기록과 관계자 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포고령을 선포·발령하고,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범죄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부각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심사 후 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는 사실 관계나 증거 관계, 법리 문제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하고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조사에는 거부로 일관해 오다 돌연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에 출석했지만 구속은 피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으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위법하고, 이에 서부지법의 체포영장 발부도 위법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수사기관의 체포가 적법한지 여부를 심사하는 체포적부심사를 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야 하는데, 중앙지검은 대응 법원인 중앙지법에 기소하게 되므로 중앙지법이 전속관할권을 가진다는 취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인정된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고, 이날 서울서부지법도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체포적부심과 체포·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이 모두 공수처의 손을 들어주면서,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수처법상 수사 가능 범위에 포함된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 중이고, 이와 관련된 내란 혐의도 함께 수사할 수 있단 공수처의 주장도 힘을 얻게 됐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