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설정환>'광주 북구·담양 통합' 지역소멸 해법 전제로 논의돼야
설정환 광주 북구 마을자치도시재생센터 대표이사·시인
2025년 01월 14일(화) 16:36 |
설정환 광주 북구 마을자치도시재생센터 대표이사, 시인 |
인구 약 4만6000명의 담양군과 42만여명의 광주 북구의 행정통합 논의는 최근 127년 동안 경상북도의 일부였던 군위군이 지난해 7월부터 대구시에 편입된 사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군위군과의 통합으로 7개 구·2개 군으로 구역이 확대되었고, 면적은 전국 특·광역시 중 서울 면적의 2.5배인 1499㎢로 몸집을 불렸다. 인구는 군위군의 2만3000여 명을 합해 238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대구시 예산 규모도 15조4463억원에서 15조8468억원으로 4005억원 증액되는 실질적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광주 북구와 담양군 통합 논의는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그 논의 의도와는 별개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담양군민과 광주시민들에게도 얼마나 절실한 현안인지도 아직 의문이다. 지난해 말 ‘담양광주북구포럼’ 토론회에서 광주·담양 통합추진위원장은 “4만5000여명의 담양 군민 중 1만7200여명이 통합 찬성 서명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논의의 진전 정도와는 무관하게 담양군민들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려고 상당히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 된다.
하지만 담양과 광주 북구의 통합만으로는 인구 50만의 대도시가 될 수 없다. 최소한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도 지방연구원을 둘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연구원법)’에 의거 설립 기준이 완화됐지만 정작 담양, 광주 북구는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그 허들을 넘을 수 없는 조건이다. 장성군 인구 4만 2000여명, 담양군 인구 4만4600여명을 더해 42만3900여명인 광주 북구 등 3개 지자체가 통합을 가정한다고 해도 51만명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인구 50만명이 대도시를 만들어 대도시 특례를 누릴 자격을 갖춰 도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 없이 지자체간 통합이 ‘지역소멸 해법의 선’인 것처럼 논의가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2022년 지방연구원법 개정에 따라 지방연구원 설립 기준이 완화되면서 김해, 남양주, 부천, 성남, 시흥, 안산, 안양, 전주, 청주, 화성시 등이 발 빠르게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싱크탱크 설립을 완료했다. 호남에는 2023년에 인구 규모가 63만5600여명인 전주시가 전주시정연구원이 첫발을 뗀 것을 포함해 현재 광주연구원, 전남연구원, 전북연구원이 있다. 이 시점에 광주 북구를 중심으로 통합을 논의한다고 봤을 때 호남권 지자체 가운데 지방연구원 설립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조건에 가장 근접하게 될 지자체는 그나마 광주 북구가 유일하다. 기왕에 통합논의를 한다면 인구 50만명 대도시를 형성할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각에서 일고 있는 광주와 담양만의 통합은 엄밀히 광주 북구를 통합하는 식의 소통합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구 50만명 대도시를 통한 도시 변화를 꾀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광주와 담양의 통합은 소지역주의적인 면이 있다. 이 같은 논의는 광주 북구와 광주 동구의 통합 논의가 갖는 파괴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광주를 둘러싼 장성, 함평, 화순, 담양, 나주시 등과의 대통합도 한 테이블 위에 초기단계부터 꺼내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30개가 넘는 지방연구원을 갖고 있는 도시와 경쟁력을 갖추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시에 지역맞춤형 전략으로 지역소멸 위기를 돌파하는 쇄빙선을 출항하는 방식으로 통합 논의가 전개돼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말로 지방정부 예산심의가 종결됐다. 지역소멸과 인구감소, 청년 인구 등이 유출 되는 문제를 풀기 위한 전담조직과 인력운영 등을 포괄하는 관련 예산을 어느 정도나 편성했나를 함께 봐야 한다. 진짜로 통합이 살 길인지, 지역소멸을 극복에 사활을 걸었는지 지자체장의 입을 볼 게 아니라 예산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자칫 소모적인 정치적 논의 정도로 지자체간 통합논의가 흐른다면 이것이 더 큰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