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여파…연말연시 기부 문화 ‘주춤’
경제 불황·사회 혼란 겹쳐 기부 심리 위축
구세군 자선냄비 20~30%가량 급감
사랑의온도탑 지난해 대비 기부금 줄어
겨울철 헌혈자 부족·혈액 수급도 차질
구세군 자선냄비 20~30%가량 급감
사랑의온도탑 지난해 대비 기부금 줄어
겨울철 헌혈자 부족·혈액 수급도 차질
2024년 12월 18일(수) 18:47 |
침체된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기부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에서 시민들이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나건호 기자 |
12월이면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도 올해는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18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주변에서는 관계자들이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기부를 독려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오후 12시~6시까지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발길이 이어졌던 예전과 달리 6시간을 내리 종을 울리고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라고 외쳐도 눈치를 살피다 지나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세군 관계자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20~30%가량 적은 금액이 모였다”며 “지난해에는 충장로에서만 9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는데, 올해도 그만큼 많이 모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동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경기 불황으로 기부 문화가 침체된 가운데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에 설치된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2025나눔캠페인’ 광주 사랑의온도탑이 30도를 가리키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광주 사랑의 온도탑의 올해 목표액은 51억원으로 지난 16일 오후 기준 15억4200만원(30.1도)의 모금액이 모였다. 지난해는 목표액을 50억7000만원으로 설정한 이후 캠페인에 총 55억9700만원이 모이며 따뜻한 공동체 정신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낮은 온도를 보이고 있는 등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광주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며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정치적인 이슈까지 겹치게 돼 이웃을 돌아보는 나눔문화가 위축되는 것 같다”며 “광주시민들은 과거에 서로 주먹밥을 나누며 서로를 살피던 오월정신을 지니고 있다. 올해도 많은 시민분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손을 내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전남 사랑의열매는 ‘희망2024나눔캠페인’에서 목표액인 105억5000만원을 넘어선 125억1000만원의 모금액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올해는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남 사랑의 온도탑의 경우 최종 모금액 113억9000만원 중 지난 17일 오후 기준 31억1000만원이 모여 27.3도를 기록했다. 동기간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2021년 27억7000만원(31도) △2022년 28억7000만원(28.9도) △2023년 44억3000만원(42.2도)으로 예년에 비해 올해 참여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전남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올해 많은 이유로부터 나눔문화는 개인, 기업, 단체를 막론하고 더욱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러한 시기일수록 크고 작은 나눔 실천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뜻한 나눔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는 소중한 힘이 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헌혈의집에도 헌혈자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어 혈액 수급에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협회 광주·전남혈액원에 따르면 12일 기준 광주·전남지역 혈액 보유량은 4.6일분으로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혈액형별로 살펴보면 A형(4.4일분), B형(6.3일분), O형(4.4일분), AB형(2.2일분)으로 보유량이 가장 적은 AB형은 가장 많은 B형 대비 2배가 넘게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총 5.6일분으로 올해 혈액 수급이 더 어려운 상황이다.
김동수 대한적십자협회 광주전남혈액원장은 “본격적인 한파와 학교 방학철이 시작되면 혈액수급이 어려워지기에 시·도민께서 생명나눔에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