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우크라이나 전쟁… ‘루소포비아’ 전 세계 급속 확산
<70>서방의 루소포비아 현상과 신냉전 정서
루소포비아는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으로 러시아의 악마화와 연결
러시아가 본질적으로 반서방적이고 팽창주의적이라는 점에 기초
러시아는 루소포비아에 대한 형사 책임을 도입하는 법안 만들어
냉전적 증오가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편향된 정치·편견 이어져
루소포비아는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으로 러시아의 악마화와 연결
러시아가 본질적으로 반서방적이고 팽창주의적이라는 점에 기초
러시아는 루소포비아에 대한 형사 책임을 도입하는 법안 만들어
냉전적 증오가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편향된 정치·편견 이어져
2024년 12월 12일(목) 17:43 |
러시아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주연의 발레 작품 ‘모댄스’ 서울 공연이 친푸틴 발레리나라는 정치적 논란으로 취소됐다.출처: ㈜인아츠프로덕션 |
또한 나토(NATO)의 동진, 이 블록의 군대와 무기가 러시아 국경에 접근하고, 러시아 영토에서의 분리주의 운동과 전쟁에 대한 서방의 공개 지원이 시작되었다. 푸틴 대통령의 뮌헨 연설 이후에는 더욱 심해졌다. 2007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 더불어 돈바스 분쟁과 크림반도 합병을 하면서 사실상 신냉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서구와 러시아 사이의 근본적인 문명적, 지정학적 차이와 서방의 여론에 대한 지속적인 러시아 혐오 감정이 있어 왔다.
사실 루소포비아는 러시아를 불합리하게 악마화하는 주장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물론 러시아에는 민주주의가 부족, 부패,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억압,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호소하면서 항상 정당화가 이루어져 왔다.
러시아의 악마화는 러시아가 본질적으로 반서방적이고 팽창주의적이라는 점에 기초하고 있다. 그것은 독재적이고 자유주의적 권리에 해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다른 국가 집단, 특히 지정학적 공간을 공유하는 국가 집단을 억압하도록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루소포비아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예전에 이 용어는 러시아 공식 담론과 러시아 국내 및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논의에서 드물게 사용되었다. 루소포비아에 대한 비난은 러시아 정치 체제와 푸틴 정권을 러시아인만으로 식별하여 민족주의적 의미가 담긴 비난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중 일부에서 발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정책이 서방에서 수용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집중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그 동맹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잘못된 적대감으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나, 특히 소련 붕괴 이후의 다른 국가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비판하기 위해 드물게 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서방의 루소포비아는 처음에는 사적인 것처럼 보였던 현상에서 대규모 현상이 되었다. 최근에 이 용어는 정치적 논쟁의 핵심이 되었다. 그런 차원에서 2023년 12월 18일 러시아는 루소포비아에 대한 형사 책임을 도입하는 법안 초안이 만들어졌고 곧 하원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외국인이 러시아 연방 외부에서 러시아 연방 시민, 러시아에 영구 거주하는 무국적자 또는 러시아 연방 시민이 아닌 동포에 대해 저지른 차별 행위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차별적 행동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에도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루소포비아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 근원은 러시아 입장에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루소포비아는 러시아 정치에 대한 역사주의적 접근 방식에 뿌리를 둔 것으로 설명되었다. 서방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서 (예, 푸틴=스탈린)과 동일시하고, 따라서 러시아의 정책과 정책 선호는 비정상적이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일축된다. 궁극적으로, 이것의 목적은 국가의 정치적 평판을 훼손하고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과 지정학적 장소를 통제하려는 거대한 계획의 실행에서 미국에 굴복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이처럼 루소포비아에 관한 대부분은 외교 정책 입안자와 지식인의 러시아에 대한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루소포비 태도에 대한 비판 중 일부는 이중 기준을 언급하고 있다.
루소포비아는 주로 발트해 연안 국가에 대해 이루어졌다. 이들 국가들은 러시아 혐오적 역사주의 프레임을 사용하여 러시아와 소련을 동일시하고 러시아가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영토 주권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라트비아 총리 에비카 실리나는 미래에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러시아, 벨라루스 사이에 철의 장막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와 경제적 독립을 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발트해 국가들은 소련 해방군 기념물을 대량 철거하는 캠페인과 역사를 다시 쓰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러시아인의 비자 취득, 거주 허가 취득, 부동산 구입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또한 최근에 라트비아가 러시아인들을 추방하여 연금 혜택과 의료서비스를 박탈하고 있다. 영구 거주권이 있는 사람은 라트비아어 지식에 대한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대다수 러시아인, 특히 노인들에게는 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이다. 66-74세 연령대 참가자 중 50% 이상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은 약품을 박탈당하고 계좌도 폐쇄된다.
러시아는 이러한 정책이 루소포비아 혐의이며 민족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종 집단으로서 러시아인에 대한 특정한 적개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주의적 러시아 공포증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1월 27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 제막식에서 유럽을 루소포비아 혐의로 비난하고 발트해 연안 국가들을 인권 차원에서 비난했다. 그는 이민 단속을 언급하며 발트해 연안 국가에서는 러시아 소수민족을 이류로 분류하고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박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 루소포비아가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둘째, 루소포비아는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이라고 불렀던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전환의 관념적 기반은 루소포비아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기반을 만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가로서 존재할 수 있는 능력과 문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로 ‘국가 문명’을 주장했다.
러시아 철학자 알렉산더 두긴은 “푸틴 대통령은 전통적인 가치, 주권, 가족의 중요성을 장려하고 세계의 특별한 지역으로서 러시아 문명의 존재를 강조한다. 그러나 서방 사회는 자신만이 문명의 정점이며, 다른 모든 유형의 문화는 문명화된 세계 밖에 남을 것을 두려워하여 이를 모방하고 따르도록 요청받는 서방의 문화 제국주의를 드러낸다”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는 과거에는 다수에 의한 통치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다수에 대한 소수의 통치이다. 역사 전반에 걸쳐 자유주의는 모든 종류의 규제에 맞서 싸웠고 이제는 전체주의가 되었다. 자유주의의 기반은 개인주의이며, 이는 결국 가장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소련 말기를 지지했던 서방 사람들은 진보적인 세계주의 의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푸틴 대통령은 글로벌 진보적 의제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권력이 전체주의 독재와 유사하고 서방으로 대표되는 다수가 소수에 복종해야 하는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을 이해한다. 현대 자유주의는 전체주의적이고 규범적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는 그들의 견해가 푸틴 대통령이 옹호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구’ 자유주의를 고수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소위 진보주의자들은 그러한 사람이 파시즘을 지지한다고 비난할 수 있다. 이것은 루소포비아의 기초를 형성했으며 일부 세계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형성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서방은 다르다고 묘사했다. 러시아는 유기적 발전 경로를 유지하는 반면 서방은 엘리트 가치가 대중 가치와 다른 자신만의 세계로 나아갔다. 러시아와 서방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서방은 러시아에 반대하고 반러시아적 태도를 보인다. 정치학자 이반 메주코는 서방과 러시아의 상황은 문명 대결 지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예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티모시 스나이더는 크렘린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루소포비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인과 러시아 문화에 해를 끼치는 것은 주로 모스크바 자체의 정책과 행동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루소포비아는 더 큰 증오심 표현 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루소포비아는 2014년 이후에 언급이 더 많아졌다. 특히 2022년은 서방에서 전례없는 루소포비아 캠페인을 실시했다. 러시아 국민과 해외 동포들이 러시아 연방 인권 위원에게 호소하는 건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는 2021년이나 2020년보다 그 수가 1.5배 더 많았다. 2022년 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만 해도 ‘러시아 취소’와 관련된 사건이 거의 640건 기록됐다.
러시아인이라는 관계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되기도 했으며, 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어린이를 모욕하는 교사 및 급우, 유럽 및 미국에서 문화 센터가 폐쇄되었다. 체코에서 러시아 거리명 변경, 핀란드의 러시아 학교 폐쇄 결정, 러시아 운동 선수 국제 대회 참가 권리 거부,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 미술 전시 불가, 비엔나 페스티벌 러시아 지휘자 콘서트 취소, 밀라노 대학교에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강의 취소, 러시아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공연 취소, 러시아 오페라 가수 안나 네트렙코의 콘서트 취소, 러시아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의 공연 취소, 유럽 도서관에서 희귀본 러시아 고전 약 200권 대량 도난 등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내한 공연이 정부의 불만,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예상치 못한 공연 명칭 변경 등으로 취소됐다.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책의 내용이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이 취소되었다. 그밖에 루소포비아의 일상적인 형태는 오랫동안 알려져 왔다. 일상생활에서 러시아인의 작은 형태의 외설적 행동, 모든 징후는 쉽게 정치로 전환된다.
이처럼 미국 정보 분석가, 정책 고문인 조지 비비 아나톨 리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서방의 글에는 매우 위험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푸틴 정권과 그 범죄에 대한 증오가 러시아 국민 전체, 러시아 민족 전통, 러시아 문화로 확대되는 것이다. 러시아 문화 행사의 금지와 러시아 문학 및 러시아 연구의 탈식민지화 요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모든 진영의 선전을 상기시킨다”라고 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증오가 냉전적 증오로 다시 불붙고 여러 나라로 확산되어 편향된 정치와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국제 행사에서 제외되고 있다. 서방에서 받아들여지는 광범위한 루소포비아 메시지는 러시아와의 외교 정책에서 차이가 실존한다는 것이다. 이는 관계 냉각을 넘어 메울 수 없는 관념적 분열로서의 신냉전이라는 개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 유리 우샤코프도 루소포비아를 미국 정치 기관의 일부 구성원이 여전히 조장하고 있는 냉전 정서와 연결했다.
러시아는 서방이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루소포비아적 편집증을 없애고 매카시즘이나 냉전 시대를 연상시키는 본능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루소포비아가 민족과 패권을 넘어 사람들을 비인간화하고 파괴한다는 점에서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