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콘텐츠 자립 여건·자체 수익구조 만들어야”
●로컬크리에이터, 지역에 사람을 연결하다
<4>실패사례로 살펴본 문제점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에 어려움
기관 통한 협업·파트너십에 의존
손익분기점 미달 업체 47% 달해
실질적 지원 통한 사업 안착 필요
2024년 12월 12일(목) 17:27
2019년 기준 로컬 크리에이터 평균 매출액
<>한 번의 고배를 마신 후 다시 로컬 크리에이터 선정을 위한 지원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박하정(34)씨는 지역 특화 콘텐츠에만 집중해 고객층이 한정된데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로컬이 가지고 있는 지역적 특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확장 가능성이 낮았고, 구매 고객들의 실제 니즈나 구매력을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로컬 크리에이터를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은 소규모로 시작하시는 분이 많아 지역 또는 진흥원이나 정부 사업 등에서 선정되지 못하면 사실상 초기 자금 부족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한 투자 유치도 힘들어서 사업 자체를 이어나가기가 현실적으로 버겁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네트워크 부족으로 인해 지역사회 내 협력 및 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도 어려워 좋은 제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및 마케팅 부분에 있어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도 난관이라고 짚었다.

박씨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경우 기관을 통합 협업 등 외부 파트너십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상 성장하기가 어려운데다가, 재무적으로나 전반적인 관리 등에 도움을 받지 못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로컬 크리에이터에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관련 지원정책이나 프로그램에 의지하기 급급하다 지원기간이 끝나면 사업이 흐지부지 끝나는 사례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으로 시행된 ‘2020년 지역기반 로컬 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에 지원한 예비 창업가 50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매출 5000만원 미만인 로컬 크리에이터 비중은 67%로, 1000만원 미만인 업체도 71%에 이른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업체 비중도 47%에 달하는 등 사업성과도 현저히 낮다.

지난 2019년 기준 로컬 크리에이터의 평균 매출액은 6600만원으로, 평균 당기순이익은 1100만원에 불구하나 평균 부채는 약 6400만원으로 이익보다 6배 가까이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 초기 단계에서의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을 안정궤도에 정착하게 한 이후 전문성 및 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경우 상권 쇠퇴나 경기 불황때문이 아니라 창업하기도 전에 운영자금난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융자나 보증, 투자 등 창업자금부터 시제품 제작, 마케팅 및 인건비 등 전주기적, 장기적 지원을 기반으로 틀을 잡아나간 후 각 사업체가 각자의 로컬 콘텐츠로 자립 및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협동조합 그리곡성’을 운영 중인 추선호 대표 또한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사업을 계속 운영하려면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지원금은 독이든 성배라고 생각한다. 초반에야 ‘자부담 20, 대출 20, 지원 60’ 비율 정도로 운영하겠지만 이 비율을 점점 바꿔 자부담을 늘리는 것이 사업체를 지속할 방법”이라며 “언제까지 지원사업을 찾아가며 회사를 운영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지원사업이 사라지면 일이 끊기니 당장에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지원사업은 초기 창업가들에게 필요한 일이나 이를 잘 활용해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도모하는 방법으로 사용해야 하며,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취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지현·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