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모차르트 음악 세계 집대성…생애 마지막 오페라
<마술피리>
다양한 스타일 묻어난 시대의 역작
동화 스타일 전개로 부담없이 즐겨
아름답고 수려한 선율·화성 돋보여
권선징악 주제…독일 '징슈필' 대표
2024년 12월 05일(목) 18:01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1막에서 타미노와 파파게노, 3명의 시녀가 공연하는 모습. 광주시립오페라단 마술피리 2022년 공연실황
모차르트의 <마술피리-Die Zauberflote, 1791>는 그가 죽기 2년 전 만들어진 징슈필(독일어로 레치타티보가 대사체로 이루어진 스타일)이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마술피리>는 그의 3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코지 판 투떼>와 더불어 그의 작품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으로 그의 생애 마지막 오페라다. 모차르트의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집대성한 듯 보인다. <마술피리>는 바로크적 바흐의 코랄 양식을 품은 음악뿐만 아니라 오페라 세리아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화려함이 밤의 여왕 역을 통해 볼 수 있으며 그와 대비되는 자라스트로 역은 엄숙한 스타일의 음악 성향을 내보이고 있다. 또한, 파파게노와 파파게나는 빈 스타일의 음악적 요소를 타미노와 파미나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아리아 스타일의 선율과 이에 더해 독일 리트 풍의 오묘함이 함께 더해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마술피리>는 짧은 평생을 살고 간 모차르트가 그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양식을 한데 모아 튼튼한 구조의 음악이라는 건축물에 수려한 외장까지 꾸며 놓은 시대의 역작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공연 장면. 광주시립오페라단 2022공연 실황
이 작품의 대상은 일반 시민이었다. 그러하기에 보통 사람들이 알기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지역의 언어에 빈에서 유행하며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동화 스타일의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함과 오락거리로만 이 작품을 바라볼 수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다채로움과 더불어 자신 몸담고 있으며 후원을 받고 있었던 ‘프리메이슨’ 결사대가 주창하는 시대정신과 신비로운 의식을 작품 안에 밀접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작곡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 동지였던 흥행사 쉬카네더(Johann Emmanuel Schikaneder, 1751~1812)의 대본에 1791년 3월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작곡하고 빈에서 초연하였다. 이 작품을 계획하고 만들어지는 시기는 모차르트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였으며,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고 모국어인 독일어라는 요소와 원작이 가지는 예술적 흥미로움은 그가 쾌히 승낙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피가로의 결혼> 등 이탈리아식 오페라 부파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모차르트에게 그의 생애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는 단순할 수 밖에 없는 동화 원작에 ‘프리메이슨’의 사상과 의식을 교묘하게 첨가함으로 쉬카네더와 더불어 자신이 지향하는 사회에 대한 고함을 음악적으로 담을 기회였다. 음악적으로 아름다움과 수려함을 지닌 선율과 화성,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철학을 해학으로 풀어 낸 이 작품은 독일 징슈필을 가장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파미나와 모스타토가 열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 광주시립오페라단 2022 마술피리 공연실황
2막 오페라 <마술피리>의 전체 줄거리를 살펴보면 서곡 이후 막이 오르고 어느 산속에서 거대한 뱀에게 쫓기는 타미노 왕자가 보인다. 그리고 한 무리의 여인들이 이를 보고 구해주는데, 그녀들은 밤의 여왕을 모시는 시녀들이다. 시녀들은 여왕께 이 상항을 알리러 간다며 퇴장하고 이때 등장한 새 잡이 파파게노가 등장하는데 깨어난 타미노는 기괴한 복장을 한 파파게노가 자신을 구해준 이라고 믿고 있다. 다시 나타난 시녀들은 타미노에게 자신이 뱀을 죽였다고 거짓말하는 파파게노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타미노를 밤의 여왕에게 소개한다. 밤의 여왕은 타미노에게 자라스트로에 잡혀간 자신의 딸 파미나를 구해 달라고 요청하고 그녀의 사진을 보여 주는데 타미노는 사진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만다. 타미노는 여왕에게 파미나를 꼭 구해올 것이라 다짐하고 여왕은 타미노에게 맹수도 잠재울 수 있는 호신용 마술피리를 주고, 동행할 새잡이 파파게노에게는 영롱한 소리가 나는 은종을 준다. 하지만 진실은 여왕이 말한 것과 달리 자라스트로는 여왕의 딸인 파미나를 그녀로부터 보호하고자 자신의 세계로 데려왔고, 이에 진노한 밤의 여왕은 순진한 왕자 타미노를 통해 파미나를 되찾으려는 것이다. 파미나를 찾기 위해 떠난 타미노 왕자는 후에 자라스트로에게 설득되어 그가 제시한 세 가지 시험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이 소식을 듣게 된 밤의 여왕은 분노에 사로잡혀 밤중에 몰래 딸 파미나를 찾아와 자라스트로를 죽이라는 명과 함께 단도를 주면서 사라진다. 그러나 파미나는 의로운 자라스트로의 이성적인 설득에 동감하고 어둠의 세계를 저버린다. 더욱 복수심에 불타는 밤의 여왕은 이에 자라스트로의 태양의 제국을 무너뜨리고 차지하기 위해 총공격을 하지만 자라스트로가 지배하는 빛의 세계가 승리하고 여왕과 어둠의 세계는 함께 멸망한다. 파미나는 타미노와 함께 자라스트로가 제시한 불의 시련까지 극복하고 진리와 사랑을 찾으며 자라스트로의 빛의 세계의 일원이 된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타미노가 괴물들을 마술피리로 춤추게 만드는 장면.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공연실황
<마술피리>는 문학적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을 기반으로 한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에 비해 서사 전개 등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제작 단계부터 철저히 대중의 시선을 통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방향에 주안점을 뒀으며, 여기에 신비주의적 동화 내용이 모차르트라는 거장의 음악적 필치로 승화되어 이 명작이 지금까지 우리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작품 안에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는 내용에 프리메이슨이 주창하는 급진적인 철학을 숨겨두었다. 이성과 빛을 대표하는 선과 어둠과 미신을 상징하는 악의 대립은 사회를 향한 훈계로 프리메이슨이 표방하는 사회에 대한 외침을 음악으로 담았다. 또한, 모차르트는 프리메이슨이 표방했던 ‘사랑’, ‘평등’, ‘박애’를 담은 악보 기보 등을 통해 숨겨뒀다. 신비한 무대에 취해도 보고 화려하고 깊이 있는 음악과 즐거운 스토리의 재미도 즐겨보고, 프리메이슨 정신을 숨겨둔 모차르트의 퀴즈도 찾아낼 수 있는 <마술피리>는 무료한 겨울 방구석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중 타미노 역의 테너 김우경. 광주시립오페라단 마술피리 2022년 공연실황
밤의 여왕의 아리아

◇게오르그 솔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ECCA, 1969년 연주 실황 음반-소프라노 크리스티니 도이테콤의 연주/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3qmyWC38HVI&t=11s/)

◇2막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고(Der Ho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는 모차르트 오페라 아리아의 대표곡이라 불린다. 오페라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이 곡만은 아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CF 음악으로 자주 쓰이는 이 곡은 소프라노 성악가가 가장 부르기 어려운 곡이라 거론되며 비단 모차르트 오페라만이 아니라 전 오페라 장르를 대표하는 아리아 곡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밤의 여왕 아리아는 2옥타브 파~4옥타브 파의 음역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음성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비단 고음뿐만 아니라 기교와 트릴 등을 완벽히 소화해 낼 수 있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지옥의 복수심을 폭발해내는 ‘밤의 여왕’ 내면의 드라마틱한 표현까지 소화해 내야 한다. 이러한 극한의 고음과 테크닉을 연주하는 소프라노를 콜로라투라 소프라노(coloratura soprano)라 구분하는데 대한민국의 소프라노 조수미가 최고의 밤의 여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과 게오르그 솔티 경이 밤의 여왕으로 그녀를 극찬했지만, 너무 아름답게만 불러서 조수미의 밤의 여왕보다는 분노의 감성이 차오르는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도이테콤의 연주가 더 가슴 깊이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