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한국의 기후행동 성적표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2024년 12월 02일(월) 17:34 |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
67개국 가운데 63위, 꼴찌에서 5번째다. 자녀가 학교에서 이런 점수를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4위를 한 덴마크는 78.4점이다. 작년에 한국은 64위였고 덴마크는 4위였다. 한국보다 못한 국가는 러시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으로 석유 팔아먹는데 혈안이 된 산유국들이다. 석유 한 방울 없는 나라가 산유국들 틈에 끼어 있다. 지금까지 성적표가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꼴찌그룹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달 20일 유엔 기후변화총회(COP29)가 진행 중인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독일의 민간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 Watch)가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네트워크(CAN)와 함께 ‘2025년 기후변화수행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CCPI)’를 발표했다.
저먼워치는 매년 이맘때 개최되는 기후총회에서 CCPI를 발표해 오고 있다. 평가대상 국가는 세계 90%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유럽연합을 포함 64개국이다.
저먼워치는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재생에너지 도입, 에너지 이용, 기후정책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평가하고, 점수를 매기고 있다. 지구촌의 최대 난제인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국가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4개 영역 모두에서 아주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2030년 40% 감축 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감축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재생에너지 도입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꼴찌이고 화석에너지 금융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이 미진하고 2030년 이후 감축 계획마저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등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도 연간 13톤 내외로 세계 평균 7톤보다 훨씬 많다. 유럽연합 평균 8톤보다 높고 중국이나 일본보다 많다. 그만큼 고탄소 사회경제적 구조다. 낮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성적표는 국제사회가 세계경제 10위권인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다.
언론 등은 CCPI 꼴찌그룹을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이라며 불러왔다. 기후 환경보다 돈만, 경제만 앞세운다는 의미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의 총체적 각성이 있어야 한다. 탈탄소의 경제사회구조, 재생에너지 획기적 도입, 구속력 있는 법과 제도를 가져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사례가 많다. 상위 랭커 국가들이 그들이다.
유엔 보고서, ‘2024 온실가스 배출 격차(Emissions Gap Report 2024)’에 의하면 한국을 포함 세계가 현재와 같은 기후정책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세기말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대비 3.1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가 파리협정에서 합의했던 1.5도 목표를 대폭 초과한다.
그리되면 지구촌의 대재앙은 불가피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2030년 최소한 42% 온실가스 감축을 2035년까지 57% 감축을 성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2050년 탄소중립에 갈 수 있다. 2035년까지 매년 7~8% 감축실적을 내야 한다. 유엔은 국가들이 이를 수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한국을 포함 세계 모든 국가는 업그레이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35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꼴찌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국제적 권고를 수용, 국가 계획에 반영해고 실천해야 한다. 연간 7~8% 감축실적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 변화가 있다면 점수에 반영된다. 내년 이맘때 성적표를 받았을 때, 환한 얼굴로 탈꼴찌를 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