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조심” 발언에 ‘성희롱 징계’…2심도 징계 취소
2024년 11월 25일(월) 18:46 |
광주고등법원 전경. |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직원 A씨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상대로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경고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문화전당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해 2월 A씨엑 내린 ‘불문 경고’ 처분이 위법,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동료 직원 B씨와 타지역으로 출장을 가던 중 B씨가 남자친구가 가정과 아이를 빨리 꾸리고 싶어 하는데 결혼을 늦추고 싶다고 말하자 A씨는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남자친구랑 피임을 조심해야 한다. 그런 애들이 임신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서두르기 위해 임신을 의도할 수 있으니 피임에 신경써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이후 내부 고충심의위원회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돼 A씨에 대해 ‘견책’ 징계 의결이 내려졌다. A씨는 징계처분에 불복, 불문경고 감경을 받은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발언이 다소 부적절하고 어느 정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어 보이기는 하나, ‘피임’과 관련된 모든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발언이 성적 언동인지 여부는 발언의 구체적 상황과 경위에 비춰 판단돼야 한다”며 성희롱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은 “피해자가 듣기에 매우 불쾌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피해자는 성적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발언이 피해자가 원고에게 기대한 조언의 범주 내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문화전당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원고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은 정당하므로 피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