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사회, 친 러시아·친 서방 세력으로 양분
<67>아르메니아의 지역 현상유지 변화: 서방으로의 전환
러시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인 보호 어려워
아르메니아, 러시아와의 전통적 동맹관계에서 이탈 움직임
실효성없는 안보의 아웃소싱은 아르메니아의 ‘전략적 실수’
동맹 유지와 더불어 평화·안정을 위한 지역통합 플랫폼 필요
러시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인 보호 어려워
아르메니아, 러시아와의 전통적 동맹관계에서 이탈 움직임
실효성없는 안보의 아웃소싱은 아르메니아의 ‘전략적 실수’
동맹 유지와 더불어 평화·안정을 위한 지역통합 플랫폼 필요
2024년 11월 21일(목) 17:00 |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의 회담에서 사진 촬영 모습. |
러시아와 아르메니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다. CSTO는 러시아와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회원국으로 활동 중인 집단안전보장을 위한 군사동맹 조직이다. 그동안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문제로 아제르바이잔과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CSTO를 활용하여 아제르바이잔과의 외적 균형을 모색했다.
아르메니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니콜 파시냔이 아르메니아 총리가 되자 아르메니아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소비에트 이후 공간의 모든 영역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2024년 러시아 평화유지군은 아제르바이잔의 통제 하에 있던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떠나게 되었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의 러시아 평화유지 임무 종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카프카스 지역의 지정학적 변화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산악지대 남카프카스 지역에 위치한다. 그곳은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존재했으며 그동안 아르메니아가 실효 지배해 왔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유혈 분쟁을 벌였고, 이 분쟁 이후 더 많은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분쟁이 마지막으로 크게 확대된 것은 2020년이다. 이어 2023년 9월 20일 분리독립을 요구하던 아르메니아계 자치 세력이 아제르바이잔에 항복했다. 아제르바이잔과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계 사람들은 러시아의 중재로 휴전을 선언했다. 해당 휴전 합의에 따르면, 현지 아르메니아 군대는 무장을 완전히 해제하고 해산해야 한다. 하지만 양국은 아직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년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외교 관계는 공식화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아르메니아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반면에 아제르바이잔은 평화유지군에 맞서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안보는 남카프카스 지역에서 러시아의 우선순위 목록의 최전선으로 옮겨졌다.
그래서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의 동맹을 이탈하고자 한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서방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의 지리적 존재가 줄어들고, 러시아 국경 수비대가 즈바르트노츠 공항에서 철수되고 있으며, 아르메니아는 CSTO를 탈퇴하겠다며 러시아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CSTO 가입을 동결하고 서방과의 화해를 향한 길을 선언했다. 문제는 CSTO는 아르메니아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르메니아는 안보의 아웃소싱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 안보 지원에만 기대어왔다. 아르메니아 총리는 아르메니아가 안보를 러시아에만 의존했던 것에 대해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전략적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아르메니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도 하였다. 아르메니아 관리들은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등 반러 행보를 강화하였다. 아르메니아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 발표를 하였다. 이는 러시아-아르메니아 관계의 전환점이 되었다. 아르메니아는 동맹국 러시아와 거리를 두기로 결정했으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보여줬던 중립성을 포기하고자 했다. 따라서 아르메니아는 더 이상 러시아 편(동맹국)이 아니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이것은 분명히 푸틴 대통령을 불쾌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니콜 파시냔 총리가 크렘린의 두 명의 적, 즉 젤렌스키 대통령과 2020년 대선에서 벨라루스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선 후보인 스베트라나 티하노프스카야를 공개적으로 만났다.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에 니콜 파시냔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축하 전보를 보내 예레반과 키이우 사이의 길고 유익한 관계 발전에 대한 희망을 나타냈다. 더욱이 아르메니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창립 조약인 로마규정의 비준도 의회에 요구했다.
이처럼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자 하였고, 또한 미국, 프랑스 및 EU 전체의 보증을 획득하고자 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총리는 아르메니아가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자 했다. 아르메니아 주변에는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이 전개되었다. 우크라이나 분쟁을 배경으로 남카프카스 국가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의 관심도 더욱 커졌다. 서방은 러시아로부터 아르메니아를 분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째, 아르메니아의 서방과의 관계 강화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카라바흐 전쟁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새로운 위기가 발생한 이후 아르메니아는 외교 정책의 다각화에 의존하기로 했으며, 그것은 유로-대서양 발전 벡터였다. 그 예로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유럽연합(EU) 가입을 협상하고 있다. 2024년 3월, 유럽의회는 아르메니아에 EU 회원국 후보 자격을 부여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2018년 니콜 파시냔이 집권하기 전부터 미국 및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추세가 나타났다.
그리고 아르메니아는 NATO에 합류하고자 한다. 니콜 파시냔 총리는 NATO가 현재 러시아-아르메니아 관계의 위기를 이 지역의 유일한 안보 우산이 되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대체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르메니아는 NATO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CSTO 틀 내에서 합동 훈련 실시를 거부한 가운데 NATO 파트너들과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반테러 조치를 시작하면서 미군과의 합동 훈련이 이뤄졌다. 또한 국방 분야에서 아르메니아와 프랑스 간의 첫 번째 협력 협정이 2023년 10월에 체결되었다. 6월 18일 양국은 자주포(SPG) 카이사르(Caesar) 공급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그리고 서방은 남카프카스에서 아르메니아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아르메니아를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방 정치인들은 아르메니아에 금전적 약속을 하였다. 유럽연합(EU)은 아르메니아에 향후 4년간 보조금 2억 7천만 유로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한 아르메니아 경제에 대한 투자로 6,500만 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서방은 아르메니아를 지원함으로써 카프카스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다. 역사적 균열 속에서 아르메니아는 서방과의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메니아는 이것이 전혀 ‘서방으로의 전환’이 아니라고 한다. EU 주재 아르메니아 대사 티그란 발라얀은 “아르메니아와 유럽연합의 관계는 아르메니아의 국익에 기초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유럽연합 및 모든 회원국과 모범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르메니아가 NATO와 유럽연합에 가입할 가능성은 일시적인 조치로 보인다. 아르메니아의 NATO 가입은 아제르바이잔의 주요 동맹국인 튀르키예에 의해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아르메니아가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완전히 확보할 가능성이 낮다. 아르메니아와 러시아의 국방협력이 완전히 결렬되고 프랑스 등 서구의 군사기지가 자국 영토에 등장하더라도 아르메니아는 여전히 조지아나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를 통해 공급을 받아야 할 외딴 나라(내륙국)로 남아 있다. 이것이 아제르바이잔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르메니아가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아르메니아와 서방 관계 강화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어떠한가? 러시아는 아르메니아가 서방 진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믿는다. 동시에 러시아는 서방이 남부 카프카스의 영토에서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전선을 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가장 좋은 예가 미국-아르메니아 합동군사훈련이라고 본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 대결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외에도 카프카스에서 또 다른 반러시아 전선을 열고 싶어 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아르메니아 지도부가 수 세기에 걸쳐 쌓아온 아르메니아와 러시아의 다면적 관계를 의도적으로 파괴하고 서방의 지정학적 게임에 아르메니아를 인질로 만들면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와의 관계는 점점 더 긴장되고 있지만 러시아에 여전히 에너지와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세계은행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밀, 밀가루, 해바라기유 및 기타 곡물 수입의 98%를 제공했다. 전체 농산물은 거의 35%, 가금류는 39%를 차지했다. 또한 러시아는 아르메니아로 수입되는 빵, 파스타, 불가르 밀, 제과류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대한 비료의 주요 공급업체이다(2021년 38%). 즉, 보고서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와 러시아로부터의 공급 중단은 아르메니아의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부문, 특히 가스 공급과 관련하여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국제에너지기구의 2022년 보고서에는 아르메니아가 수입하는 가스의 85%는 러시아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아르메니아 측은 전력의 약 70%를 생산하기 위해 한 국가에서 연료를 수입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화력 발전소를 운영하려면 가스가 필요하다.
아르메니아의 비우호적인 조치에는 러시아에서는 다른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르메니아의 주력 수출상품인 코냑 수입 금지도 그 하나다. 또한 약 천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아르메니아 외부에 살고 있다. 가장 큰 디아스포라 중 하나는 러시아에 있다. 2020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에는 946,000명의 아르메니아인이 살고 있다. 그러나 수치는 러시아 시민권자와 이주 노동자까지 고려하면 250만 명에 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르메니아 사회는 러시아를 지지하는 세력과 친서방 세력으로 분열되어 있다. 니콜 파시냔 총리는 아르메니아에 대한 전략적 봉쇄를 심화하여 아르메니아를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NATO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이는 아르메니아 정부의 ‘전략적 무지’이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아르메니아를 재난에서 또 다른 재난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최종 평화 정착에서 러시아는 양심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아주 작은 나라의 작은 민족이기 때문에 언제나 강대국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특히 현재 카프카스에서 복잡한 지정학적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세계에서 미래를 갖기 위해서는 동맹을 하면서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통합 틀로서 다른 구조적인 형식이 추가로 필요해 보인다. 카프카스에서 서방의 개입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튀르키예의 주도와 러시아의 지원으로 남카프카스 3개국(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과 3대 지역 강대국(이란, 러시아, 튀르키예)을 통합하는 ‘3+3’ 플랫폼의 기능 구현이 필요하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이러한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르메니아는 먼 NATO 전초기지가 아니라 유라시아의 교차로가 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