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필순>연탄없는 광주를 꿈꾸며
박필순 광주시의원
2024년 11월 19일(화) 17:44 |
박필순 광주시의원. |
이에 따라 광주시는 취약계층의 연탄값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각 가구당 3만 원씩 추가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고금리·고물가·고유가라는 ‘3고’ 시대에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취약계층을 위한 임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단기적인 해결책에 불과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어느 시인은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때는 연탄이 대한민국의 국민연료였다. 연탄은 고단했던 근대화 과정에서 추운 겨울 온가족이 모여 온기를 나누는 따듯함의 상징이었다. 나무나 장작에 비해 편리하고 경제적이었던 연탄은 서민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도구였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는 연탄이 가진 문제점이 더 부각된다. 연탄은 고농도의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화석연료다. 또한 일산화탄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해 건강에도 해롭다. 이제 연탄은 번영의 상징이 아닌,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1980년대 1년에 연탄 1억5000만 장을 공급할 만큼 호황을 누리던 남선연탄의 폐업은, 광주의 연탄시대 종말을 알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폐업이 아닌,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우리는 이제 연탄 의존에서 벗어나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탄은행 ‘2023 전국연탄사용가구조사’에 따르면, 연탄을 사용하는 광주시민은 1,096명이며 이 중 42%인 463명은 수급·차상위가구다. 나머지 57%는 독거노인이나 장애가정 등 소외가구로 모두 취약계층으로 분류된다. 이들 대부분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여 있어 연탄 사용 위험성에 더욱 노출돼 있다.
연탄은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연탄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전환이 절실하다.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연탄 없는 도시를 선언하고, 에너지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 연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취약계층 지원이 그 시작점일 수 있다. 기후위기 극복은 사회 정의 실현과 함께 가야 한다.
연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난방기나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난방 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그린 리모델링과 같은 주거 환경 개선과 병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미 여러 도시에서 이러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환경적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광주는 이미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세부적인 에너지 지원 대책은 미흡하다. 광주시가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 총 712가구을 대상으로 난방연료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연탄값을 지원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문제 해결일 뿐이다.
‘연탄 없는 도시’는 단순히 연탄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에너지 전환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연탄을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계층이 더 나은 주거 환경에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난방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가 연탄 없는 도시로 나아가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 뿐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정의로운 도시, 광주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가장 약한 이들부터 시작해야 하며, 그것이 광주가 진정한 기후 선도 도시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연탄 없는 도시 광주, 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변화다. 어느 때보다 따듯한 겨울을 시민께 선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