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공교육만으로 변별력 확보”
●수능 출제경향 분석
EBS 연계율 과목별 50% 수준
지난해보다 쉬운 난이도 분석
2024년 11월 14일(목) 18:26
최중철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능 출제 기본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됐던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난이도가 평이했던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출제돼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다. 다만 공통·선택과목에서 까다로운 한 두 문제가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충실히 반영하고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도록 출제했다”면서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과정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했다”고 출제 방향을 밝혔다.

EBS 연계율은 문항 수 기준 50% 수준으로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뤘던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문항의 난이도를 적정하게 출제했다는 설명이다.

●국어, 9월 모의평가 수준

수능 출제본부는 1교시인 국어 영역에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해 교육과정에서 설정한 지식과 기능에 대한 이해력, 과목별로 학습한 지식과 기능을 다양한 담화나 글에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력을 중점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방향으로 문항을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능 국어영역 난이도가 지난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하다는 EBS 현장교사단 분석이 나왔다. 지난 9월 모의평가는 국어 만점자가 4478명이 나올 정도로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BS 국어 대표강사인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지문의 정보량이 적정하고 교과서에서 학습한 수준의 지문이 출제됐으며 킬러문항이 배제되는 등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으로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경향을 유지했다”면서 “9월 모의평가 결과를 고려해 세부적인 난이도 조정은 있었지만, 학생들이 9월 이후에 대비해 공부한 점들을 고려하면 결과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고 추정했다.

●수학, 지난해보다 쉬워

수능의 전체 성적을 좌우한다고 평가받는 수학 과목은 지난해보다 쉬운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거나 불필요한 추가 학습을 요구하는 킬러문항은 수학에서도 배제됐고 동시에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는 문제가 적절히 구성됐다는 평가다.

EBS 현장 교사단 소속 심주석 교사는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쉬운 수준으로 전반적인 난이도는 지난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분명히 난이도는 조금 더 높지만, 일반적으로 9월 모의고사와 수능을 똑같이 내면 2개월가량 추가로 공부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성적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인 체감은 비슷할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출제본부는 수학 영역의 경우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이나 반복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요소나 공식을 단순하게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지향했고 마찬가지로 교육과정에서 다룬 기본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종합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항을 출제했다고 말했다.

●영어, 사용빈도 높은 어휘 사용

국어·수학에 이어 영어영역도 지난해보다 쉬운 난이도로, 교육과정 기본 어휘와 시험 과목 수준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를 사용해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EBS 현장교사단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개념을 다루는 킬러문항이 배제됐고 수능 취지에 맞는 문항이 구성됐다”면서 “요지를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항을 다수 배치했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은유적 표현을 문맥 속에서 정확학 파악해야 하는 문항으로 구성돼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전문적인 개념을 다루는 킬러문항이 배제되면서 지문 자체의 난이도가 크게 높지 않아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영어 영역의 경우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 절대 평가다. 지난해 영어 1등급 비율은 4.71%였으며 올해 수능 영어의 EBS 교재 연계율은 55.6%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람들의 역할과 관행을 만드는 규칙을 이해하고 빈칸을 추론하는 34번과 특정 조류의 행동 특성과 감정 전이를 다룬 37번 등이 변별력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수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이날부터 18일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게 이의신청할 수 있다. 정답 확정은 26일 발표되며 성적은 다음달 6일 통보될 예정이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