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곽미아>'슬세권' 작은도서관 통해 남구민께 독서의 즐거움을
곽미아 광주시 남구청 도서관과장
2024년 11월 14일(목) 18:07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식주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소위 문화 슬세권이 뜨고 있다. 슬리퍼+세권을 합친 의미로 슬리퍼를 신고 주변 여가·편의 시설을 누릴 수 있는 권역을 말한다. 우리에게 문화시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익숙한 곳이 도서관, 영화관 등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남구는 구민이 삶의 다양한 시·공간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밤에도 주말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집 앞 도서관’18개소를 운영해 문화 슬세권을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남구민의 목소리가 있었다. 작은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구립도서관에 비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와 장서 수는 작지만 남구가 운영하는 도서관은 어느 곳이든 지역 내 모든 공공도서관이 소장한 책이나 자료를 상호 대차해 빌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내가 원하는 자료를 내 집 앞 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아이들을 데리고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요즘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에게 문화 체험과 함께 접근성까지 좋은 도서관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작은도서관은 슬세권에 특화돼 있다, 구립도서관과 달리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책을 보고 잠깐씩의 대화도 할 수 있어 특히 초등학생 자녀들 둔 학부모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는 독서하고 공부하는 도서관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경우 산책하다 들르고, 일반 성인의 경우 약속시간이 남아 들르고, 학생들의 경우 방과 후 또는 학원시간 틈새에 부모와 함께 자료를 찾아 읽기 위해 들르기도 하는 언제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된 것이다.

이렇듯 구립도서관뿐만 아니라 작은도서관이 모든 세대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문화·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몇 년 전부터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구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남구는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야간 및 주말개관 요구를 적극 수용, 지난 2월부터 전국 최초로 남구 관내의 모든 공립직영작은도서관을 이용시간을 확대했다. 작은도서관의 경우 평일 월·화·목·금 4일 동안 오후 9시 또는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구립도서관의 경우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공립작은도서관 개관시간연장사업을 추진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은도서관의 야간 및 주말개관 운영이 벌써 9개월 째를 맞이하며 순항하고 있다.

구립도서관 4개소를 비롯해 작은도서관 14개소에서도 야간과 주말에 불이 켜지면서, 주민의 일상 속에서 자주 쉽게 접근 가능한 편의시설이 된 것이다. 남구는 단순히 도서관 운영시간을 늘린 것에 그치지 않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구립도서관에서는 어린이, 성인,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과 행사를 운영중에 있는데 특히 4월 도서관주간과 9월 독서의 달에는 가족이 함께 참여해 활동할 수 있도록 주말에도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를, 4~11월에는 매달 야간에 인문학 강연을 운영중이며, 작은도서관에서는 주말과 야간에도 직장인들을 위한 독서문화프로그램과 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남구의 개관시간연장 사업이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렇듯 도서관에 대한 이용불편을 적극 해소하고, 도서관 운영에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데에 있었다고 본다.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독서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특히 책을 멀리했던 2030세대에게 ‘텍스트 힙’이 유행하면서 독서가 취미로 급부상하고 있는 요즘이다. 텍스트 힙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TEXT)와 ‘멋있고 개성있는’을 뜻하는 ‘힙(Hip)’을 합친 글자다. 이렇듯 사회적 흐름이 독서자체를 힙(hip)한 활동으로 인식하면서 SNS에‘독서하는 나’를 드러내고 본인이 읽은 책과 독서하는 공간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우리 남구는 도서관을 독서하는 공간이자 언제나 들를 수 있는 문화생활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