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3년차에 KBO 리그 슈퍼스타 등극한 ‘야구 천재’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7> 내야수 김도영
정규시즌서 대기록 퍼레이드
MVP 경쟁 상대 사실상 전무
한국시리즈서는 무결점 수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
2024년 11월 12일(화) 16:52
KIA타이거즈 김도영이 지난달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2차전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월 솔로포를 터트린 뒤 베이스를 돌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팀에 폐를 끼치지 않게 더 열심히 뛰었어요. 타격에서 좋지 못했지만 중점을 뒀던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요.”

김도영은 올시즌 KBO 리그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연일 대기록을 생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KIA타이거즈의 열두 번째 우승 중심에 우뚝 섰다. 프로 3년 차임이 믿기지 않는 활약에 팬들은 김도영에게 ‘슈퍼스타’ 그리고 ‘야구 천재’라는 호칭으로 극찬을 보냈다.

올해 정규시즌 141경기를 소화한 김도영은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을 기록했다. 득점·장타율 1위, 홈런 2위, 타율·안타·출루율 3위, 도루 6위, 타점 공동 7위 등 공격 부문에서 모두 TOP 10에 진입했다.

특히 득점왕과 장타율왕, 두 개의 기록상을 거머쥐며 올 시즌 KBO 리그에서 유일한 멀티 타이틀 홀더가 됐다. 3년 만에 처음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임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괴력이었다.

대기록 행진 역시 김도영의 괴력을 대변한다. 김도영은 지난 4월 KBO 리그 사상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시작으로 6월에는 전반기를 마치기도 전에 20홈런-20도루를 완성했다.

후반기에는 KBO 리그 역대 최연소·최소 타석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차례대로 기록)과 최연소·최소 경기 100득점과 30홈런-30도루, 최연소 100타점-100득점, 타이거즈 사상 최초 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 등을 써내려갔다.

특히 김도영이 올 시즌 생산한 143득점은 KBO 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이자 아시아 프로야구 사상 최다 득점 타이기록이다. 1950년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 리그의 고즈루 마코토(쇼치쿠 로빈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김도영은 기록 행진의 피날레를 3할 타율과 30홈런, 30도루, 100타점, 100득점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퀀터플 트리플’로 장식했다. KBO 리그에서는 박재홍과 에릭 테임즈 단 두 명, 메이저리그에서도 19명 밖에 갖지 못한 고난도의 기록이었다.

이같은 활약으로 김도영은 정규시즌 MVP 후보로 올라 제임스 네일과 정해영(이상 KIA), 원태인(삼성), 곽빈, 조수행(두산), 박영현(KT), 노경은, 길레르모 에레디아(SSG), 카일 하트, 맷 데이비슨(NC), 오스틴 딘, 홍창기(LG), 빅터 레이예스(롯데) 등 타이틀 홀더들과 경쟁한다.

정규시즌 MVP 후보 중 김도영이 가장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데다 팀도 정상에 올라 경쟁 상대가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김도영이 정규시즌 MVP 트로피에 ‘김도여’까지 새겨놨다는 말도 나온다.

김도영에게 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도영의 유일한 약점은 수비였다. 올 시즌 30개의 실책을 범했고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46개를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0개를 넘는 수치였다.

김도영도 이 부분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KIA 코칭스태프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내야수들의 수비 강화에 집중했고, 김도영 스스로도 폐 끼치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내놨다.

그리고 김도영은 다짐을 실현했다. 한국시리즈 다섯 경기에 모두 나서 타율 0.235(17타수 4안타), 1홈런, 1도루, 5타점, 3득점으로 타격에서는 아쉬움을 안았지만 무실책 경기를 펼치며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빠른 속도나 깊숙한 타구도 완벽히 처리하며 180도 달라진 수비를 선보였다.

김도영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행복하다.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더 행복하다”며 “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더 집중했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승으로 힘들었던 순간이 모두 날아간 기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는 충분히 왕조를 구축할 수 있다. 올해도 선수들이 계속 빠졌음에도 선두를 지켰다”며 “그만큼 다른 선수들이 제 몫을 충분히 해낸 것이다. 내년에도 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