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유가족과 한 약속이 지켜지기를
민현기 취재2부 기자
2024년 11월 04일(월) 17:48 |
민현기 취재2부 기자 |
참사가 발생한 지 겨우 2년 지났다. 20년이 지나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다시 안전불감증이 도래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고작 2년 만에 광주 동구에서 다시 겪을 뻔 했다.
10월 26일 충장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열린 ‘충장상권르네상스 라온페스타’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고 좁은 골목에 군중 인파가 대거 몰렸지만, 안전요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2년 전 인파의 흐름이 멈추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시민들에게 이동을 지시하는 안전요원은 2명 뿐이었다.
무대 진행자는 메인 이벤트가 시작돼 인근 건물 옥상에서 인공 눈이 뿌려지자 “모두 멈춰서 인증샷 한번 찍읍시다”고 말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경찰에 사전 협조요청도 없었다. 이태원 참사에서 시민들의 질서를 유지할 경찰 병력의 부재를 두고 법원에서 사고 예견 가능성과 주의·감독 의무를 다 했는지 등을 검토해 유죄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 동구는 ‘방문객이 적어 행정력을 낭비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터무니 없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이후에도 경찰 협조요청 보다 예산을 소모해 사설 경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끝내 우체국 사거리 네 방향에서 몰린 사람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멈추는 사람과 지나가려는 사람들이 서로 충돌하기를 반복했고 끝내 인파 흐름이 멈추고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
행사는 수차례 신고로 뒤늦게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경찰이 위험성을 판단, 강제해산 집행을 명령하면서 중단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이태원 참사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로서 나는 아직 그날의 참혹함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참사로 인해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만 한 슬픔을 겪는 유가족들에게 사연을 물으며 한가지 약속을 했다. 참사에 휘말린 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다시는 군중 인파 재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해서라도 안전대책만큼은 과할 정도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욕심인 것일까. 참사는 이태원이라서, 핼러윈이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군중인파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다는 게 중요한 맥락이다. 단순히 우리 지역이 아니라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