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사 호국대전’ 호국불교 정신 계승 성지로
완공 기념 문화대축제 성료
표충사 추계제향·문화공연
세미나·서산대사 유물 전시
"나라 사랑 일깨우는 자리로”
2024년 11월 03일(일) 17:54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지난 2일 해남 대흥사에서 열린 호국대전 완공 기념 대축제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대흥사 호국대전은 대흥사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호국의승과 순국선열 및 이름없는 영웅들의 넋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나건호 기자
해남 대흥사에서 호국대전 완공을 기념하는 문화대축제가 2~3일 이틀동안 성황리에 열렸다.

‘위대한 호국 호법의 자취’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에는 대흥사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 불교 신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대흥사의 역사적 의미와 호국 정신을 함께 기렸다.

대흥사는 서산대사로부터 시작된 유구한 호국불교 전통을 가진 사찰로, 특히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축제는 대흥사 호국대전의 완공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산대사 탄신 504주년을 맞아 순국선열과 호국의승(護國義僧)들의 숭고한 희생을 추모하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행사는 2일 오전 10시 서산대사 탄신 504주년 표충사 추계제향으로 시작됐다. 서산대사의 위패가 모셔진 표충사에서 전통 제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묵념하며 서산대사의 호국 정신과 업적을 되새겼다.

이어 호국문화 공연이 대웅전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불교적 미학과 호국정신을 담은 국악 공연과 법고 연주가 울려 퍼져 관람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호국불교의 역사적 가치와 현대적 계승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세미나는 이틀간 ‘16~17세기 동아시아 전쟁과 불교’, ‘호국불교 전통의 새로운 이해’ 등의 세부 주제로 진행됐다. 조선시대 호국 승려들의 활약상과 한국 불교의 호국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발표가 이어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지난 2일 해남 대흥사에서 열린 호국대전 완공 기념 대축제에서 현판식을 갖고 있다. 대흥사 호국대전은 대흥사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호국의승과 순국선열 및 이름없는 영웅들의 넋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나건호 기자
2일 열린 1부 세미나에서는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가 ‘16~17세기 조선의 전란 극복과 의승의 공적’을 주제로 발표하며 조선시대 불교의 호국 역할을 설명했다. 리시롱 중국 북경대 교수는 ‘금광명경과 동아시아 불교의 호국 사상’을 발표해 동아시아 불교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일본 중앙대 키무라 타쿠 교수는 ‘임진전쟁 연구의 최근 동향과 과제’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 불교 승려들이 보여준 호국 활동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와 논점을 소개했다. 향문스님(대흥사)은 ‘대흥사의 호국 전통과 표충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3일 이어진 2부 세미나는 ‘호국불교 전통의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리하이타오 중국 산동대 교수 ‘중국 불교 호국 사상과 국가 민족 관념’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조선 불교의 호국 이념과 활동’ △사토 아쯔시 일본 도요대 교수 ‘임진전쟁 종군승 연구 현황과 과제’ △이재수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호국불교의 새얼굴, 호국대전의 미래를 위한 제언’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3부는 ‘호남불교와 전란의 극복’ 주제로 △황인규 동국대 교수 ‘호남 의승의 불교계 수호’ △김성순 전남대 교수 ‘양난과 호남의 호국불교 유적지’ △이종수 순천대 교수 정유재란과 호남불교 △신선혜 호남대 교수 ‘임진왜란과 호남 사찰의 존재 양상’이 발표됐다.

호국대전 특별 전시도 열려 서산대사가 직접 사용한 금란가사와 옥발우, 조선 선조와 정조가 서산대사에게 하사한 교지 등 다양한 유물이 공개됐다.

광주에서 왔다는 김이수(37)씨는 “평소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대흥사는 매달 한번씩 올 정도로 좋아하는 곳이다”며 “이곳은 사계절 풍경이 다 다르다. 불교를 잘 몰라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올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대흥사의 역사와 호국정신을 알기에도 좋아 오게됐다”고 말했다.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불교 의식을 넘어 나라 사랑의 정신을 다시금 일깨우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대흥사는 호국불교의 정신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대흥사는 호국불교의 성지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하고자 승병을 일으켰던 서산대사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이 깃든 곳이다”며 “대흥사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고 호국의승을 추모하기 위해 7년간의 긴 공사 끝에 드디어 호국대전이 완공됐다. 거듭 봉축하고 부처님의 무량한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