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25>꿈꾸는 소녀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4년 10월 31일(목) 16:35
꿈꾸는 소녀.
우연히 만난 소녀다.

양림동 선교사들 흔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비어있는 한 낡은 건물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곳에 홀로 서 있던 그녀를 보는 순간

사실 좀 놀랐다.

낯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소녀 또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더니 다소 상기되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이 소녀는 지금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차림인지라

여기가 뭐 분장실이라도 되는가 하고 두리번거려 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은연중 문화적 잠식을 느끼게 하지만,

상상의 나래는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도 부족할 터.

알고 본즉, 꿈꾸는 자기 모습을 남몰래 표현해 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불청객이 나타나 분위기를 깨고 만 것이다.

이를 어쩌랴.

꿈꾸는 그 소녀의 모습을 이렇게 사진에 담아주는 것으로
죄를 면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