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KIA 우승한 날 밤에
박성원 편집국장
2024년 10월 30일(수) 14:17 |
박성원 국장 |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임에도, 이날 밤 광주가 남다른 감동과 흥분에 휩싸인 건 1987년 이후 37년 만에 안방에서 맞이한 우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를 중계한 MBC스포츠플러스 한명재 캐스터는 KIA의 우승 순간 “1987년 이후 지난 37년간 이곳 광주에서는 그 누구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 KIA 타이거즈가 2024년 정상에 오릅니다”라며 지역민의 마음을 대변했다. KBS 김진웅 캐스터 역시 “7년 만에 한반도를 뒤덮는 호랑이 물결, 37년 만에 내 고향에서 느끼는 영광의 숨결”이라는 말로 그간 숱한 우승에도 정작 광주 안방에서는 우승 헹가래를 치지 못했던 아쉬움을 짚었다.
과거 해태 시절부터 타이거즈의 우승은 지역민에게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프로야구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늘 타이거즈와 희로애락을 같이해왔기 때문이다. 5·18의 아픔을 겪었던 광주 시민은 80~90년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정치적 홀대를 타이거즈 야구를 통해 위로받고 대리만족했다.
‘80년 광주’의 생채기를 어루만지고 울분을 달래주었던 ‘전통의 명가’ 타이거즈가 돌아왔다. 선수들의 빼어난 플레이와 팬들의 뜨거운 응원으로 한국시리즈 ‘V12’의 위업을 이룬 이날 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