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류 위한 해외 출장, '빈손'으로 돌아온 남구
협력 추진 위해 3박4일 몽골 방문
구체 성과 부족…'지속 검토' 보고
양 도시간 인구·재정규모 차이 커
출장 승인·지출 적합성 감사 요구
2024년 10월 28일(월) 18:43
광주 남구청 전경.
광주 남구 간부 공무원들이 국제 교류 협력을 위한 3박4일간의 몽골 출장을 다녀왔지만 기대한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해외 출장이 사전조사와 협의가 미비한 상태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내부 규정에 따른 감사를 통해 적합하게 출장이 이뤄졌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8일 남구에 따르면 남구 주무 부서 과장과 팀장, 보좌관 등 4명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시 날라이흐구(區)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다.

남구가 제출한 출장계획서 등에 따르면 출장의 주목적은 날라이흐구와 문화·관광·교육 분야 교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세부 내용은 △날라이흐 기술대학 등과 교육 교류 논의 △테렐지 국립공원을 활용한 관광분야 교류 논의 △전문 기술 교육을 보유한 노동인력 교류 가능성 논의 △남구 고싸움놀이 축제와 몽골 나담축제를 활용한 축제분야 교류 논의 및 승마장 조성 관련 자료 수집 등이다.

남구와 날라이흐구는 농경지 비율이 높은 도농복합도시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양 자치단체의 상호발전을 위한 교류 협약 체결을 검토하기 위해 출장을 계획했다는 것이 남구의 설명이다.

이번 출장을 위해 집행된 예산은 784만3000원으로 세부적으로는 △업무여비 534만3000원 △현수막, 통역비 100만원 △기념품 구입비 150만원 등이다.

국제 교류 협력을 위해 수백만원의 구비가 지출됐지만, 출장 후 제출된 보고서에는 관련 분야 교류를 ‘지속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국외출장에 따른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학 간 교육 교류 논의 부분에서 남구 소재의 광주대학교나 송원대학교 등과 일체의 협의 없이 이뤄졌고, 양 대학에 문의 결과 “금시초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승마장 조성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한 승마체험장 방문 또한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남구의회는 적자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승마장 예산을 삭감한 바 있으며, 현재 관할부서에서 승마장 조성사업 계획도 없는 상태다.

또 남구가 추진했던 도시 간 축제 교류와 관광객 유입을 위한 구민 혜택 제공 등에 대한 논의도 현지 사정에 대해 충분한 파악 없이 진행돼 보고서에는 ‘불가, 검토, 어려움’이라는 단어만 반복되는 등 큰 소득이 없었다.

출장 중 주요 방문지는 구청과 날라이흐 기술대학 등이었지만, 게르 체험과 칭기즈칸 동상 관람 등 관광 목적의 일정이 절반 가까이 포함돼 있어 일각에서는 ‘관광성 출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출장을 다녀온 간부 공무원들은 현재 양 도시 간 인구나 재정 규모 등에서 차이가 커 교류협약을 맺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구청장에게 보고한 상황이다.

남구 관계자는 “날라이흐구 측에서는 남구와의 교류를 적극 희망하고 있으나, 현지에서 살펴본 결과 남구의 현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당장 교류 협약을 체결하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모였다”며, “다만 대학 간 교류 등의 부분에서는 각 도시의 대학 측이 희망할 경우 구 차원에서 협약을 지원 및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교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해당 국외출장에 대한 남구 측의 철저한 감사와 확인을 요구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해외 도시와 교류를 통해 상호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목적은 있었지만, 사전조사와 협의가 미비해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게 된 꼴”이라며 “특히 일정 상당부분에 관광지 등이 포함돼 외유성 출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부 규정에 따른 철저한 감사를 통해 목적에 적합하게 출장이 승인되고, 지출이 이뤄졌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남구 감사실은 해당 출장의 적정성과 적합한 사전 조사 여부 등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