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명무실한 ‘노인보호구역’ 이대론 안돼
단속 강화하고 대폭 정비해야
2024년 10월 28일(월) 17:37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 보행량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광주에서도 고령의 보행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의 고령층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지역에 설치된 노인보호구역은 모두 58곳이다. 어린이 보호를 위한 스쿨존이 올 상반기 기준 광주에 412곳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지정된 곳조차 제 역할을 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의 노인보호구역에 노면 도색과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을 뿐, 별도의 단속 장비가 없어 노인들이 보행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일부 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도로를 점령하면서 시야를 가리고 주행하는 다른 차량과 부딪힐 위험도 크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고령의 보행자는 인지능력과 운동신경이 떨어지면서 순간 상황판단 능력이 어린이 못지 않게 떨어진다. 걷기가 힘들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항상 시간에 쫓겨야 한다. 그만큼 위급한 순간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교통사고가 나기 쉽다. 지난 2008년 노인들의 안전한 보행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 교통사고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3년간 광주의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 발생은 2021년 58건에서 2022년 79건, 지난해 8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령자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다. 이들을 돕는 것은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관계 당국은 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인보호구역을 대폭 늘리고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단속을 강화해 말뿐으로 전락한 노인보호구역의 지정 취지도 살려야 한다. 시민의 관심도 필요하다. 고령층이 안전하지 못한 나라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