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민족의 한 서린 진도 아리랑
418. 아리랑, 한에서 흥으로
2024년 10월 24일(목) 18:16 |
코드 아리랑 만개 아리랑 팝업. |
코드(Code) 아리랑 만개(滿開) 아리랑, 한에서 흥으로
오는 10월 25일 진도군·전라남도 주최, 전남일보 주관 융복합 아리랑 공연이 진도에서 열린다. 총기획자 엄기숙이 뽑은 카피이자 제목이 여러 뜻을 포괄하고 있다. 진도아리랑(1939년 녹음), 밀양아리랑(1926년 미량아라니량, 일츅죠션소리반), 정선아리랑(1934년 강원도아리랑)의 고음반 영상을 토대로 현전하는 아리랑을 버무린다. 기왕의 아리랑과 퓨전 아리랑을 융합하는 공연도 이어진다. 한의 코드를 넘어 흥의 기운을 활짝 펼친다고나 할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리랑의 기본 정서인 한(恨)과 흥(興)에 대한 지점이다. 본 지면을 통해 이 또한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그 내용의 일부다. “일제강점기 야나기무네요시(柳宗悅)가 한국문화의 특성을 한(恨)으로 정리했던 적이 있다. 한국문화 전반이 한의 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해방 이후 반론이 제기되어 비판받긴 했지만, 많은 학자가 인정하고 지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음악 분야에서는 더 그러했다. 예컨대 가야금을 잘 타던 황병기 교수는 남도 시김새의 꺾는소리를 울음보따리라 했다. 남도 음악의 특성을 거론할 때마다 인용하는 대목이다. 남도 특유의 꺾는 음에 울음이 보따리로 들어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다시 반문했다. 정녕 그러한가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이 내 대답이었다. 왜 그러한가? 남도 음악에 국한하여 말하긴 하였지만, 아리랑 전반으로 확대해도 답은 그대로다. “시대마다 악기의 특성도 변하고 음악의 특성도 변한다. 물론 한(恨)의 시대가 있었다. 나라 잃고 가진 자들에게 뺏기고 죽임당하던 시대들 말이다. 이러한 시대가 한반도 전반의 역사를 구성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흥(興)의 시대도 있었고 항(抗)의 시대도 있었다. 바꿔 말하면 흥의 음악이 전성인 시대도 있었고 항의 음악이 전성인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한 시대의 특성을 들어, 남도 음악 혹은 한국음악 전반을 이렇다 저렇다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일제강점기 신파류의 음악을 마치 한국음악의 정수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금 장년층의 연대를 구성하는 노스탤지어가 일제강점기로부터 한국 동란 이후에 걸쳐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대적 경향을 마치 전부라고 얘기하는 것은 오류다.” 다시 아리랑으로 돌아와 본다. 아리랑은 한(恨)의 노래인가? 아니면 흥(興)의 노래인가? 이번 공연이 아마도 그에 대한 비교적 명료한 답을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의 노래였던 아리랑으로부터 흥의 노래인 아리랑으로 전개된 저간의 내력은 물론, 장차 전개될 흥의 아리랑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압축하여 말하니 ‘코드(Code) 아리랑 만개(滿開) 아리랑’이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민속 문화의 섬 진도 미래비전 선포식’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 공연을 통해 헐버트가 말했던 쌀로서의 아리랑, 내가 늘 말해왔던 한민족 DNA로서의 아리랑, 다시 말해 생명 그 자체로서의 아리랑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듯하다.
남도인문학팁
진도, 밀양, 정선아리랑 융복합 공연
‘코드아리랑 만개아리랑’은 아리랑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융복합 공연이다. 엄기숙이 총괄 기획을 맡아 진행하며 해설은 진도 출신 민속학자 이윤선, 사회는 소리꾼이자 연극배우인 오단해와 프랑스 출신 소리꾼 마포로르(Laure MAFO)가 맡는다.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원형의 아리랑 민속의 아리랑’에서는 진도, 밀양, 정선의 원로 명인과 보존회가 출연한다. 진도의 강송대 명창과 남도잡가보존회, 진도출신 채수정 교수, 밀양 감내게줄당기기보존회 이용만 명인과 보존회원, 정선아리랑 김남기 명인과 보존회 회원들이 출연한다. 2부 ‘모던·크로스오버·퓨전 아리랑’에는 퓨젼밴드 ‘두번째달’과 경기소리 아티스트 송소희, 국악인 오단해, ‘소리꽃가객단’이 출연한다. 3부 ‘포스트모던·다원예술 아리랑’에는 ‘원일의 여시아문’이 출연하는데, 일렉트로닉 사운드 아티스트 임용주, 비보이팀 ‘MB크루’, VJ 라지웅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포암 김영실 화백, 이상용 화백 등의 아리랑 붓춤·붓길 라이브페인팅이 펼쳐진다. 2024년 10월 25일(금) 오후 5시, 장소는 진도향토문화회관 야외 특설무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