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민족의 한 서린 진도 아리랑
418. 아리랑, 한에서 흥으로
2024년 10월 24일(목) 18:16
코드 아리랑 만개 아리랑 팝업.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헤이히/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만나니 반가워라 이별을 어이 해/ 이별이 되랴거든 왜 만났든고/문경새재는 웬 고갠고/ 구부야 구부구부 눈물 난다.” 몇 소절의 진도아리랑이 흐른다. 고음반이라 지직거리기는 하지만 비교적 노랫말과 반주악기 소리가 선명하다. 정창관이 제공한 1939년 진도아리랑 SP 음반이다. 음반 표지에는 <아리랑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 유성기음반 복각>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그런데 후렴의 끝 소절이 지금과는 다르게 뚝 잘라 하향 종지한다. 처음으로 김소희, 박종기 등에 의해 재구성될 때의 음반이니 이 형태를 진도아리랑의 오리지널이라고 봐야겠다. 진도아리랑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토속민요 산아지타령 선율에 당시 유행하던 아리랑의 정서와 음악 문법을 덧입힌 창작곡이다. 젓대(대금)산조를 처음 꾸렸다는 진도사람 박종기와 판소리의 자존심이라는 김소희 등이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 닿고 헐버트의 채보 아리랑에 닿는다. 물론 그 뿌리에는 정선아라리가 있다. 나는 본 지면에서 여러 차례 아리랑에 대해 소개했다. 그때마다 이 노래가 가지는 위상에 대해 언급했다. 2012년 12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의 한 대목을 다시 가져와 본다. “아리랑은 전 세계의 한국계 국민을 포함한 모든 한국인들에 의해 사랑받는 대중민요다. 아리랑은 한국인들의 문화와 공동체 삶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한국인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살든 아리랑을 노래한다. 아리랑은 한국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한다. 아리랑이 한국인들의 본질 가까이에 유지됨으로써, 한국인들은 아리랑의 보호와 전승에 관여하고 있다. 다양한 단체와 개인들은 이러한 국가적 유산의 보호에 공헌하고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된 제목은 한국의 서정민요(Arirang, lyrical folk song in the Republic of Korea)‘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끝나는 후렴을 가진 노래 전반이 포함되었다. 2년만인 2014년 북한의 아리랑도 등재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Arirang folk song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로 공식 표기되었다. 집체극 아리랑을 전제한다. 이보다 앞선 1971년에는 정선아라리가 강원도 무형유산으로, 2022년 6월에는 문경새재아리랑이 문경시 보호문화유산으로, 2022년 7월에는 진도아리랑이 전남도 무형유산으로, 2024년 5월에는 평창아라리가 강원도 무형유산으로, 2024년 9월에는 밀양아리랑이 경남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리랑이 한국인의 DNA로 인식되기까지의 과정은 앞글에서 몇 차례 나누어 설명하였으니 참고 바란다. 헐버트가 1886년 10월 누이동생에게 편지를 쓰면서 채보했던 아리랑의 후렴은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오 아르랑 얼??(얼싸) ??ㅣㅅ듸어라(배 띄어라)”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조선인들에게 아리랑은 쌀과 같은 존재이다. 다른 노래들은 말하자면 곁가지에 불과하다.” 아리랑 노래가 조선사람들에게 마치 생명과도 같다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다. 그러니 어찌 아리랑을 한국인의 DNA라고 부르지 않겠는가.



코드(Code) 아리랑 만개(滿開) 아리랑, 한에서 흥으로



오는 10월 25일 진도군·전라남도 주최, 전남일보 주관 융복합 아리랑 공연이 진도에서 열린다. 총기획자 엄기숙이 뽑은 카피이자 제목이 여러 뜻을 포괄하고 있다. 진도아리랑(1939년 녹음), 밀양아리랑(1926년 미량아라니량, 일츅죠션소리반), 정선아리랑(1934년 강원도아리랑)의 고음반 영상을 토대로 현전하는 아리랑을 버무린다. 기왕의 아리랑과 퓨전 아리랑을 융합하는 공연도 이어진다. 한의 코드를 넘어 흥의 기운을 활짝 펼친다고나 할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리랑의 기본 정서인 한(恨)과 흥(興)에 대한 지점이다. 본 지면을 통해 이 또한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그 내용의 일부다. “일제강점기 야나기무네요시(柳宗悅)가 한국문화의 특성을 한(恨)으로 정리했던 적이 있다. 한국문화 전반이 한의 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해방 이후 반론이 제기되어 비판받긴 했지만, 많은 학자가 인정하고 지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음악 분야에서는 더 그러했다. 예컨대 가야금을 잘 타던 황병기 교수는 남도 시김새의 꺾는소리를 울음보따리라 했다. 남도 음악의 특성을 거론할 때마다 인용하는 대목이다. 남도 특유의 꺾는 음에 울음이 보따리로 들어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는 다시 반문했다. 정녕 그러한가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것이 내 대답이었다. 왜 그러한가? 남도 음악에 국한하여 말하긴 하였지만, 아리랑 전반으로 확대해도 답은 그대로다. “시대마다 악기의 특성도 변하고 음악의 특성도 변한다. 물론 한(恨)의 시대가 있었다. 나라 잃고 가진 자들에게 뺏기고 죽임당하던 시대들 말이다. 이러한 시대가 한반도 전반의 역사를 구성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흥(興)의 시대도 있었고 항(抗)의 시대도 있었다. 바꿔 말하면 흥의 음악이 전성인 시대도 있었고 항의 음악이 전성인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한 시대의 특성을 들어, 남도 음악 혹은 한국음악 전반을 이렇다 저렇다 규정짓는 것은 잘못이다. 일제강점기 신파류의 음악을 마치 한국음악의 정수인 것처럼 여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지금 장년층의 연대를 구성하는 노스탤지어가 일제강점기로부터 한국 동란 이후에 걸쳐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대적 경향을 마치 전부라고 얘기하는 것은 오류다.” 다시 아리랑으로 돌아와 본다. 아리랑은 한(恨)의 노래인가? 아니면 흥(興)의 노래인가? 이번 공연이 아마도 그에 대한 비교적 명료한 답을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의 노래였던 아리랑으로부터 흥의 노래인 아리랑으로 전개된 저간의 내력은 물론, 장차 전개될 흥의 아리랑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압축하여 말하니 ‘코드(Code) 아리랑 만개(滿開) 아리랑’이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민속 문화의 섬 진도 미래비전 선포식’을 기념하여 기획된 이 공연을 통해 헐버트가 말했던 쌀로서의 아리랑, 내가 늘 말해왔던 한민족 DNA로서의 아리랑, 다시 말해 생명 그 자체로서의 아리랑 면모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듯하다.



남도인문학팁

진도, 밀양, 정선아리랑 융복합 공연



‘코드아리랑 만개아리랑’은 아리랑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융복합 공연이다. 엄기숙이 총괄 기획을 맡아 진행하며 해설은 진도 출신 민속학자 이윤선, 사회는 소리꾼이자 연극배우인 오단해와 프랑스 출신 소리꾼 마포로르(Laure MAFO)가 맡는다.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원형의 아리랑 민속의 아리랑’에서는 진도, 밀양, 정선의 원로 명인과 보존회가 출연한다. 진도의 강송대 명창과 남도잡가보존회, 진도출신 채수정 교수, 밀양 감내게줄당기기보존회 이용만 명인과 보존회원, 정선아리랑 김남기 명인과 보존회 회원들이 출연한다. 2부 ‘모던·크로스오버·퓨전 아리랑’에는 퓨젼밴드 ‘두번째달’과 경기소리 아티스트 송소희, 국악인 오단해, ‘소리꽃가객단’이 출연한다. 3부 ‘포스트모던·다원예술 아리랑’에는 ‘원일의 여시아문’이 출연하는데, 일렉트로닉 사운드 아티스트 임용주, 비보이팀 ‘MB크루’, VJ 라지웅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포암 김영실 화백, 이상용 화백 등의 아리랑 붓춤·붓길 라이브페인팅이 펼쳐진다. 2024년 10월 25일(금) 오후 5시, 장소는 진도향토문화회관 야외 특설무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