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기언>영원한 나의 멘토, 우리형 신해철
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2024년 10월 24일(목) 16:27 |
이기언 한국지방정부연구원장·교육학박사 |
사춘기 여학생인 필자에게 고흐와 니체를 통해 삶을 고민하게 했던 사람. 바로 가수 신해철이다. 세상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보였던 예민한 중학생은 신해철의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위로받았다. 당시에 대부분의 친구들은 서정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발라드 가수들의 팬이었고, 필자의 눈엔 그것이 한가한 사랑타령으로만 들렸다. 신해철이 사회문제를 비판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만든 음악은 그동안 관심없었거나 몰랐던 주제를 생각하게 했다. 그 때 썼던 일기를 읽어보면 너무 유치해서 오그라드는 내용도 있지만, 나름 심각하고 진지하게 학교와 사회에 대해 고민한 대목도 있다. 되돌아보면 학교 교육과정에서 필요한 비판적 사고와 글쓰기를 신해철이 대신 해준 것 같다.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는 동성동본 결혼이 금지되던 1995년 동성동본 커플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다. 동성동본 결혼 금지 조항은 유교적인 관습으로 아버지의 성씨에 따라 가족의 범위가 정해지는 것이 법제화 된 데에서 온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신해철이 만든 음악과 여성 단체의 노력 등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동성동본 결혼 금지 조항은 2005년 폐지되었다.
신해철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등 당시 최고 인기 스타들이 참여하는 ‘내일은 늦으리’라는 앨범과 콘서트를 기획했다. 이는 지구와 환경 오염의 위험을 알리는 환경보존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당시엔 먼 얘기 같았던 환경 문제가 지금은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이 되었고, 그 때 만들어진 노래 가사(“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에 담겼던 바람은 이제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 외에도 신해철은 뮤지션으로서 사회 문제를 음악으로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TV 토론에 여러차례 출연하여 학생 체벌 금지, 간통죄 폐지 등 굉장히 민감한 주제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하지만 유머러스하게 대중을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해철의 음악이 모두 비판적이고 심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노래가 더 많았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내가 지금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고민하고 당장 해보라고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그 언젠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행복하라고 요구했다.
10월 27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최근 공중파 방송을 통해 신해철을 추모하는 프로그램이 다수 제작되어 방영 중이다. 유독 그를 추모하는 방송이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신해철이 없는 삶이 답답해서가 아닐까? 잘못된 일에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거침없이 독설을 퍼붓는 소신있는 사람,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건넬 줄 아는, 우리가 닮고 싶은 멋진 사람이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10대 초반 필자의 멘토가 되어준 신해철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멘토이자 응원단장이다. 삶의 순간 순간 맞닥뜨린 절망적인 순간에 그는 말한다. “마음이 이끄는 곳 높은 곳으로 날아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거야. 더 높이, 더 멀리, 너의 별을 찾아 날아라 소년아”
필자의 고민에 공감해주었던, 때로는 따끔하게 혼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주었던, 열정적이고 따뜻한 사람. 영원한 나의 멘토 신해철. Here I stand for you.